선거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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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이들은 형형생색의 유니폼을 입고 도내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지지 호소에 여념이 없다.

이와 맞물려 여야 간 공천 전쟁이 한창이다. 도지사·교육감은 물론 도의원에 교육의원까지 뽑다 보니 예비주자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본선 진출자는 제한된 상태다. 각 당 마다 피 말리는 경선 레이스가 펼쳐지는 이유일 게다. 그중 백미(白眉)는 도지사 선거의 여야 후보가 누가 되느냐다.

▲선거전이 본격화됨에 따라 ‘말발굽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후보들의 공식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출마(出馬)는 문자 그대로 ‘말을 타고 나가다’는 뜻이다. 허나 그 속엔 전쟁에 나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장으로 향하는 마음가짐으로 선거에 임한다는 묵직한 각오를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경마에선 기수와 경주마가 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출마라고 한다. 반대로 낙마(落馬)는 기수가 경주 도중 ‘말에서 떨어진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타의에 의해 중도 탈락하거나 경선에서 패배하면 대부분 ‘낙마했다’고 표현한다.

▲경마에서 대항마(對抗馬)는 우승이 유력한 말에 대적할 만한 경주마를 일컫는다. 선거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입후보자의 상대 후보를 지칭한다. 이처럼 선거와 경마는 용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그것만이 아니다. 방법과 결과에서도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우선 몇 표를 얻어느냐, 몇 초에 들어왔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기록이 아니라 순위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시간(13일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2분 정도의 경주)에 승부가 판가름 나고 분석과 전망 등 추리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긴 자가 다 갖는 승자독식이다.

▲그래서일까. 선거 시즌만 되면 말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거기엔 말이 사람에게 충성하며 늘 함께해온 점도 있다. 실제 조선 광해군 때 이유길 장군의 말은 전장에서 이 장군이 전사하자 3일간을 달려 가족에게 죽음을 알렸다. 이에 왕은 그 말을 기리기 위해 말의 무덤에 의마총(義馬塚)이란 이름을 하사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우고 훈장을 받은 경주마 ‘아침해’도 물론 해당된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위의 말(馬)처럼 하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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