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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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신단수

무소유가 참된 행복이라는 말은 잠시 고개 끄덕이는 감성이지만 돌아서면 잊히고 편한 소리 한다 핀잔을 들어야 한다.

얼마나 많이 가지면 만족스럽겠냐 질문의 답은 물음표이고 가난은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이고 부자는 가만히 앉아서 주인행세를 한다로 정해져 있다.

거짓은 당연하고 남의 눈에 피눈물은 물질적 풍요와 맞바꿔진다. 선과 악은 남의 일이고 편히 가자 유혹에 맞장구를 쳐준다. 가지려는 욕심은 친구를 쉽게 버려내고 승부에서는 비겁함과 옹졸함이다.

의리나 우정은 과거에는 있었고 현실은 냉정하다. 착하고 용감하겠다는 어릴 적 동심은 그저 추억거리이다. 형제자매와도 주고받는 거래이고 득일지 실일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장사꾼이다. 겉으로 화려하고 속으로 초라하다.

손들고 반성하라 따끔한 지적보다는 잠시 하늘 보는 여유로 지금을 되돌아보자. 만약 죽음이 내일이라면 부끄럽지 않을까. 어떤 변명거리를 만들어낼까 답답한 상황 설정이다.

생각을 마쳤으면 조목조목 따지지 말고 훌륭한 방법을 찾아내자. 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크거나 작거나 나눔을 실천하고 품으로 안아주자.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장 기본이다. 토신제를 지내려고 하는데 날짜와 시간을 잡아달라는 부탁에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에 기꺼이 동참을 하기로 했다. 멀리 있지만 상황 변화를 알 수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전날 뜬금없이 지신이 나타나서 오천 원 지폐 3장을 묻어달란다. 그리고 동네방네 자랑을 해야 하니 술도 여러잔을 따라달란다.

괜한 허세인지는 모르지만 흔쾌히 허락을 하고 시작을 하려는데 이번에는 과수원 한쪽에 무덤이 있는데 음식을 나누어주고 절을 하란다.

일가친척도 없는 무연고자라 측은하고 불쌍한단다. 어찌 죽었는지는 알지만 지나온 과거 부질없는 미련이란다. 잘됐다 싶어 흥정을 했다.

매년 빠짐없이 불러줄 테니 해줄 수 있는 게 뭐냐 하니 내후년에 대주에게 곳간이 차고 넘치는 복을 주겠단다. 그거 갖고는 부족하니 십 년 이상 지속시키자 약조를 하면 거기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 하니 그렇게 하잖다.

덧붙이길 이 집에 나쁜 기운이 들어올 시기라서 내심 걱정했는데 액땜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다행이란다.

웃으며 마무리했지만 이 또한 책임이다. 무엇을 바란다 구체적인 것은 없었지만 이심전심이다.

참고로 땅은 각 오천 평이고 세 군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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