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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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새로운 생활 문화가 삶의 전통을 허문다. 삶의 정체성은 물론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모호해진다. 낱말의 첫 자음만 취하여 의사소통을 하더니 홀로 사는 방식으로 삶을 단순화시킨다. 그런 맥락일까? 독신자가 늘어간다. 혼자 걷고, 혼자 먹고, 혼자 즐긴다. 우리의 전통적인 삶의 가치나 방식들이 깡그리 뒤바뀐다. 성년이 되면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게 삶의 불문율 같은 전통이었는데…. 자식은 부모에 효도하며 따르는 게 당연한 도리였고. 지금은 부모의 역할이나 자식의 도리가 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힘들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자유 지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초래한 것이다.

사실 부부로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생활은 가족 상호 간의 이해와 양보, 배려와 협력, 책임과 인내, 위로와 헌신 같은 마음과 행동들이 잘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부부로 얽혀 살다 간혹 혼자 지내게 되면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들 한다. 부부로 함께 사는 게 구속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자기 내면의 솔직한 반응이다. 때로는 부부가 독신자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그 또한 그런 심증의 발로다.

지금은 독신자 전성시대다. 어떤 면에서는 솔로의 삶이 외려 자연스럽다. 그 중심에는 독신주의자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여유 있는 기성세대나 유능한 젊은 세대들이다. 매사 구속받기를 싫어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독신주의자들의 특성을 사회학자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자식을 낳고 식구를 부양하는 등의 힘든 일을 싫어하고, 소비 성향이 강하며 현실적인 자신의 욕구 관철을 우선한다.”

그렇다고 젊고 능력 있는 독신자나 화려한 싱글들이 마냥 행복하고 우아한 것만은 아니다. 몇십 년 후에는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팔팔한 젊은이가 아니라 고독에 지친 중년의 독신자가 되어버린다. 거기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솔로의 삶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로 뒤바뀐다. 언제나 젊음일 수 없듯이 건강이나 길흉화복도 어떻게 맞닥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불확실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솔로의 삶은 불안하다. 홀로 고독에 절여 살다 생을 마감한다 해도 누가 곁에서 내 죽음을 안타까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단절감까지 더해지면 삶은 공포로 변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독신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일본이나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1인 가구가 보편적인 삶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사회 저변의 삶의 문화 또한 독신자들의 삶에 친화적이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불편 없이 솔로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 앞에는 ‘부부로 살 것인가?, 독신으로 살 것인가?’의 힘든 선택의 문제만 가로놓였다. 그 선택과 결단에 따라 자신의 인생은 정반대로 바뀔 수도 있다. 어떤 삶의 방식이 행복으로 안내할지는 살아보고 난 후에나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부로 함께 살아가는 삶에는 자유나 자율성이 제약되고, 솔로의 자유로운 삶에는 고독과 불안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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