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홍보방침 논란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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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지난 14일 출입기자의 등록제 전환과 취재원 실명제 등을 골자로 한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발표하자 야당과 언론 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출입기자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바꾸는 방침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으나 사무실 출입 제한, 취재원 실명제, 취재에 응한 후 즉시 보고 원칙 등이 취재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언론 주무당국인 문화관광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다른 정부 부처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언론학계 등에서도 보완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조치는 그동안 기자들이 아무 때나 사무실에 들어와 업무를 방해하거나 문서를 절취하는 사례까지 있어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도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은 공보당국의 허가를 얻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 관행을 한꺼번에 뒤바꾼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허행량 세종대 신방과 교수는 "민원인의 출입은 허락하면서 기자들의 출입을 막는다는 발상이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원 실명제를 원칙으로 하거나 취재에 응한 후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관료문화의 특성상 기자와의 만남 자체를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익명으로 보도하느냐 여부는 언론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정부가 할일과 언론이 할일을 구분하지 않고 원칙을 발표해 언론의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보업무 운영방안 입안에 참여한 황성운 문화부 사무관은 "기자 자신의 견해를 익명의 관계자 발언으로 기사화하거나 언론사가 정답을 정해놓고 인터뷰를 시도함으로써 공무원의 답변이 오보에 이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마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언론학자들은 기자실 개방과 정보공개의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문화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이 치밀한 준비 없이 마련된 것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창동 장관은 기자회견 당시 "공보실 직원과 3일간 토론 끝에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으며, 며칠 후 청와대와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문화부가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운영방안을 발표해 기자실 개방과 정보공개 원칙의 취지는 실종된 채 본질에서 벗어난 언론탄압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구철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은 "기자실 개방과 취재관행 개선이 대세이나 단계적으로 일을 추진하면서 기자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언론학자나 언론계 인사들은 문화부가 천명한 개방, 공평, 공개의 원칙에 동의하면서 취재관행 개선을 위한 보완책을 주문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일부 문제가 지적됐듯이 새로운 관행이 정착되려면 기자들이 궁금한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브리핑의 내용을 강화하고 정보공개 대상을 결재문서나 회의록까지 최대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도 "기자실 개방이나 가판 폐지 등은 언론과 권력 사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기본적인 조치"라면서도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이번 조치가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밝혔다.

안병찬 경원대 신방과 교수는 "정부도 취재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고 과감하게 정보를 공개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언론도 정부 부처 기자실 중심의 현행 편집국 편제와 취재구조에서 탈피해야만 시대적 흐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외국의 기자실과 취재관행

청와대의 기자실 개방 방침과 문화관광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 발표 등을 둘러싸고 언론계 안팎에서 거센 논란이 일면서 외국 언론의 취재관행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언론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관행을 본뜬 것이 많다. 그러나 관료문화나 취재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고 일부 조항은 선진국에 비해서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기자실 운영과 취재관행을 비교해 본다.

▲일본
우리나라 기자실과 기자단의 모델이 된 기자클럽이 건재하다.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 기자실이 있으며 기자클럽에 소속된 기자만 출입할 수 있다. 기자클럽 가입 여부는 기자들이 결정한다. 브리핑룸에는 소속 기자가 아니라도 신청한 뒤 들어갈 수 있으나 기자클럽이 소속 기자만 대상으로 비공개 브리핑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관공서 사무실 출입은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불시에 아무 사무실에 들어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 공보실을 통해 신청한 뒤 접견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익명 취재의 관행은 특별한 경우 통하지 않는다. 공무원들도 대부분 취재원을 만난 뒤 보고하지만 사안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고 일정한 지침은 없다.

▲미국
백악관을 비롯한 정부 부처 브리핑룸에는 등록된 기자면 누구나 신청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브리핑룸에는 맨 앞줄에 APㆍ로이터 등 뉴스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 다음 줄에는 CNN과 뉴욕타임스ㆍ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언론사의 지정좌석이 마련돼 있고 질문도 유력 언론사 기자에게 집중된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브리핑룸 이외에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부처에서는 취재원의 의사에 따라 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이뤄지기도 하는데 기자가 문서를 절취한다면 곧바로 수사에 들어갈 정도로 엄격하다.

대신 정례 브리핑에서 공보담당관이 두툼한 브리핑 차트를 가져와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충분히 알려준다.

취재원을 만나려면 일단 약속을 거쳐야 한다. 특별한 친분이 있거나 취재원이 요청할 경우 따로 만나기도 한다. 관료에 비해 의원들은 인터뷰를 자청하는 사례가 많다.

실명 취재와 보도가 일반적이나 익명 보도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따금 판단에는 참고해도 좋으나 기사는 쓸 수 없는 비밀 내용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 협정을 어기는 언론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부처도 취재할 수 없다. 기자를 만난 뒤 사후 보고해야 하는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

▲유럽
프랑스에서 정부 관리를 만나려면 전화나 팩시밀리로 예약을 신청한 뒤 며칠 기다려 접견실에서 만날 수 있다. 별도의 상주기자실은 없고 프레스룸 등에서 브리핑이 이뤄진다.

독일이나 벨기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자 신분증만 있으면 브리핑룸에 들어갈 수 있고 대부분 예약을 통해 관리를 인터뷰할 수 있다. 프레스룸이나 브리핑룸은 등록된 기자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유력 언론사의 고정좌석도 없다.

실명 보도는 관행으로 정착돼 있으며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보도하기도 한다. 공보실을 통한 취재의 경우 그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 통례이나 따로 만날 경우 보고를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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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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