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유언(遺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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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칼럼니스트

싱그러움과 초록의 계절이다. 오월처럼 생기가 넘치고 활동적인 계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월을 가리켜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신록의 계절이라고 했는가 보다. 피천득은 <오월> 이란 글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라 했다.

오월은 신록과 더불어 활동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수많은 행사와 기념일이 이 달에 치러진다.

이렇듯 함께 뛰놀고, 마냥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도, 계절의 바퀴 속에 어느 순간 기력을 잃고 또 다른 계절의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떠나보내는 일과 맞이하는 일은 언제나 한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뭇잎은 떨어져 그 생을 다하지만, 그 자리에 다시 새싹이 돋아나듯, 우리의 삶이 자리에서도 생사(生死)가 함께 존재하게 된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햇살이 온기를 더해가는 3월 하순, 어머님은 10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인생의 허무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러나 천수를 누렸음에도, 치매나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살아주어 큰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요즘 100세 시대라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운명은 재천이라 오래 살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분명 천수를 누렸음은 하늘이 주신 운명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모님 나이가 들고 노년이 되면 자식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요즘은 복지시설이 잘 되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모시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님을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

어머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신 이유는 현대 의술이 덕을 본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당신의 마음가짐이다. 늘 넉넉한 마음과 얼굴에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고, 남을 배려하며 욕심을 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엄격했다. 언행에 있어 조심하고, 법을 어기는 일을 허용하지 않았다.

어머님은 늘 곁에서 따뜻하게 자식들을 품어주셨다. 이제 어머님을 떠나보내고 나니,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살아생전 효도 못 한 것이 못내 아쉽고 죄스러울 따름이다. ‘한 부모는 열 아들을 거느리나 열 아들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얼마 전 한 언론에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돌아가신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경제 대국이라 큰 소리 치고, 복지사회가 잘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사각지대가 많다.

대선이 끝났다. 이제 나라가 안정되고, 살림살이가 좋아질 것이라 잔뜩 기대를 했는데, 벌써부터 현 정부와 차기 정부 간에 진흙탕 싸움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들만의 권력에만 눈이 멀어 있다. 누구를 위한 국회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

자연인처럼 살아온 어머니는 늘 ‘욕심을 버려라, 남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된다. 법을 잘 지켜라’ 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모두가 한번쯤 가슴 속에 새겼으면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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