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 함께하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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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시조시인

오늘도 운동화 끈 단단히 잡아매고 집을 나선다. 매주 화요일에는 어김없이 숲길을 걷기 위해 나선다. 어떤 때는 한라산이나 오름을, 어떤 때는 올레길을, 계절에 맞게 날씨에 맞게 걷는다.

걷기를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적한 길을 걷고 숲을 걷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들뜨는 일이다. 이런 것이 행복일 것이고,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궁무진이다. 몸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스트레스로 뒤틀린 마음 건강을 어느 순간에 되돌려 놓는다.

숲길을 걷다 보면 형상석이나 형상목을 만나기도 하고 특이한 풍광이나 기이한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서로 다른 나무가 붙어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때론 가지가 붙어있고, 때론 줄기가 붙어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붙어있는 현상을 연리라고 하고 그런 나무를 연리지 또는 연리목이라고도 한다. 두 나무의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 붙으면 연리지, 줄기가 이어 붙으면 연리목이라 한다.

연리의 사전적 의미로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연리목은 두 몸이 한 몸이 된다고 하여 흔히 남녀 간의 사랑에 비유되며 나아가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에까지 이른다. 그래서 사랑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5월이다. 선흘곶 동백동산이든 절물휴양림이든 한라생태숲이든 가보라. 긴 세월 함께 한 사랑나무를 만날 수 있다. 한라생태숲에는 적어도 몇백 년은 됨직한 연리목이 있다. 고로쇠나무와 때죽나무는 오랜 기간 비바람을 견디며 서로 의지하고 다독이면서 견디어 낸,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면서 드디어 한 몸이 되었다. 오영호 시조시인은 연리목을 이렇게 노래했다.

걷는다 / 한라생태숲 / 멈추게 하는 두 나무 // 날씬한 때죽 여자와 / 우람한 고로쇠 남자 // 결연한 / 천년의 사랑 / 증언하듯 서 있다’(‘연리목전문)

5월은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달이다. 어린이날(5), 어버이날(8), 스승의날(15), 성년의날(16), 부부의날(21)이 있어 그렇다. 우리가 가는 숲길이 다 그러하듯이 찾아오는 모든 이웃을 온전히 품었으면 한다. 연리목처럼 상서로운 나무가 되어 너와 나를 찾는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안았으면 한다.

성격이 달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도 험난한 길을 굳건히 버티고 헤쳐나가도록 하나가 되는, 이웃 간에 가족 간에 친구 간에 함께하는 5월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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