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의 형평성과 세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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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교수 경영정보학과/ 논설위원

세금을 매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금액을 무는 정액세가 있다. 벌어들인 돈에 대해 같은 비율로 세금을 무는 고정세율도 있다. 소득세의 세율이 20%라면 1천만 원 소득에는 2백만 원, 2천만 원 소득에는 4백만 원의 세금을 걷는다. 1천만 원을 버는 사람은 2백만 원의 세금을 내도 괜찮지만, 1백만 원을 버는 사람은 20만 원 세금이 버겁다. 누진세율은 돈을 버는 크기에 따라 세율이 점점 높아진다. 예를 들어 1백만 원을 버는 사람은 10% 세금을 내고, 1천만 원을 버는 사람은 20%, 1억 원을 버는 사람은 30%를 낸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는 누진세율을 쓴다. 누진세율은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은 적은 세율을 적용하고, 그 다음 구간에는 전보다 높은 세율을 순차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소득 재분배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과도한 누진세율이 소득 재분배를 가로막는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다.

2년 동안의 소득이 (100만 원, 100만 원) 버는 사람과 (200만 원, 0원) 버는 사람 그리고 (0원, 200만 원) 버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100만 원의 소득에 대해서는 10%의 세율, 200만 원의 소득에 대해서는 20%의 세율을 단순히 적용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세 사람이 2년 동안 벌어들인 금액은 모두 200만 원으로 같다. 세 사람이 내는 세금은 각각 (10만 원, 10만 원), (40만 원, 0원), (0원, 40만 원)이다. 세 사람 중 가장 적게 세금을 내는 사람은 (100만 원, 100만 원)을 번 첫 번째 사람이다. 이 사람은 반짝 목돈을 버는 다른 두 사람에 비해 작지만 꾸준히 벌었다. 이 사례를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평생 소득이 같은 경우에 근로기간이 긴 사람보다 짧은 사람일수록 누진세율로 인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 둘째, 평생 소득이 같은 경우에 소득의 변동폭이 클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 누진세율은 똑같은 평생소득이라도 소득이 발생하는 패턴에 따라 다른 세금을 매김으로써 형평성을 깨뜨린다. 직업에 따라서 평생 돈을 버는 기간이 다르고 변동 폭도 제각각이다. 지금의 누진세율은 다른 금액을 버는 사람들 간의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같은 금액을 버는 사람들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법인세 평균은 21.5%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5%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다. 구글과 애플의 유럽본부가 아일랜드에 있다. 자본이동이 쉬워진 글로벌 세상에서 정부는 무턱대고 법인세율를 높일 수 없다.

프린터 회사는 프린터 본체는 싸게 팔고 토너는 높은 마진을 받는다. 프린터를 적게 쓰는 사람은 저가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프린터를 많이 쓰는 사람은 토너 교체를 통해 많은 돈을 지불한다. 휴대폰 요금제 역시 낮은 고정요금과 사용량에 따른 변동요금을 매긴다. 세금도 초기비용을 낮게 설정하고 보유자산의 크기에 비례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구매자가 있으면 판매자도 있다. 거래에서 취득세가 생기면 양도소득세도 있다. 높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진입장벽이다. 높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로 인해 1주택자는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못한다. 시장 거래를 촉진하려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낮아야 한다. 집안에 에스컬레이터를 두는 사람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먹는 설탕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조세의 형평성에 맞고 세수 확대에도 맞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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