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과 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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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제주 출신 중광(重光) 스님(1934~2002)은 시(詩)·서(書)·화(畵)를 아우른 독보적인 화풍으로 한국 선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병대 제대 후 1963년 통도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계속되는 기행으로 1979년 10월 조계종 종단에서 파문됐다.

1980년대에는 이외수 작가, 천상병 시인과 어울리며 수많은 일화를 남기며 ‘기인 삼총사’로 불렸다. 그의 예술세계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높게 평가 받았다.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 학회에 초대돼 선화 선시를 발표했고 자작시 ‘나는 걸레’를 낭송한 뒤 ‘걸레 스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광은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버클리 교 루잉스 랭커스터 교수가 쓴 ‘The Mad Monk’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피카소’로 소개되기도 했다. 1991년 미국, 영국, 일본의 주요 매스컴에서 그의 예술 세계가 방송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스님은 1990년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에 주연으로 열연, 대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배우로서도 재능을 보였다.

이후 건강이 악화되자 1998년 백담사로 들어가 선수행을 하며 달마 그림에 몰두했고 2002년 통도사에서 입적하며 ‘괜히 왔다 간다’는 비문을 남겼다.

중광을 기리는 미술관이 고향 제주에 둥지를 튼다.

제주도는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올해부터 총사업비 50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문화지구에 연면적 700㎡에 지상 2층 규모의 ‘중광미술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술관 건립은 지난해 중광 스님의 작품 430여 점을 기증한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과 제주도, 제주도의회 간 협약에 따른 것이다.

제주도는 현재 진행 중인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실시설계 공모 및 설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참에 지난해 삼성가(家)로부터 이중섭 원화 12점을 기증받은 ‘이중섭미술관’도 시설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중섭미술관’은 관람객이 폭발적으로 늘며 전시 공간과 수장고 협소 등으로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대세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된 ‘2022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이 심사 보류되는 등 ‘중광미술관’에 비해 사업이 더디기만 하다.

‘이중섭미술관’은 주변에 있는 ‘작가의 산책길’, ‘이중섭거리’, ‘서귀포매일올레시장’과 연계, 서귀포시를 넘어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20년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의하면 ‘이중섭미술관’ 관람객은 2019년 36일 휴관에도 20만8837명이 찾으며 전국 76개 국공립미술관 중 13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전국 ‘작가 미술관’(공·사립) 35곳 중에서는 방문객 순위 1위였다.

관람객 규모에 비해 ‘이중섭미술관’ 운영 시스템은 초라한 실정이다.

전국 주요 국공립미술관이 3급에서 5급 상당(임기제) 지방학예연구관을 관장을 두고 있지만 ‘이중섭미술관’은 관장 직제 없이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미술관운영팀’ 하위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담 인력(창작스튜디오 포함)은 전임계약 7급으로 채용된 학예연구사 2명, 공무직 6명에 불과하다.

제주도립미술관이 4급, 제주현대미술관과 김창열미술관이 각각 5급 상당 관장을 둔 것에 비교하더라도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중섭미술관’ 시설 확충, 조직개편을 통한 관장제 신설 및 인력 충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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