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찾아오는 알레르기성 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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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많은 사람들이 바야흐로 완연한 봄, 아니 지긋지긋한 알레르기의 계절을 맞아 하염없이 흐르는 콧물과 답답한 코막힘, 재채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힘들고 짜증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제대로 알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거주환경의 변화에 의해 알레르기성 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약 10~15년의 기간 동안 기관지천식을 포함한 알레르기질환이 2배로 증가했고 현재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기관지천식만큼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을 초래하지는 않지만 전 국민의 약 20%가 겪는 아주 흔한 질환이며 일상생활에서 심한 불편감을 초래해 삶의 질이 나빠지므로 최근에 보건의료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점막에서 주위 환경에 존재하는 어떤 특정물질(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가 주된 증상이며 그 외에도 코··목의 가려움증, 두통, 눈물, 후각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기관지천식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인자와 환경적 인자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알레르기성 천식, 약물 알레르기, 두드러기, 접촉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집먼지진드기다.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지는 인설을 먹고 살며 침대 매트리스, 양탄자, 천으로 된 소파, , 이부자리 및 자동차 시트 등에 많이 존재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다른 중요한 원인물질은 꽃가루이다. 대기 중에 분포하는 꽃가루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그 분포를 달리 하는데 온대지역에 속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봄철에는 수목화분,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목초화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잡초화분이 많이 날린다. 이렇게 비염을 유발하는 항원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었던 버드나무에서 봄이 되면 솜털 같은 것이 많이 날리는데 이는 꽃가루가 아니라 씨앗으로 단지 눈과 코에 들어가 자극을 줄 뿐이다.

그 외에 동물에서 발생하는 원인물질로는 동물의 털 혹은 인설, 깃털, 타액, 분뇨 등이 있다. 특히 실내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등 애완용 동물로부터 발생되는 항원이 중요하다. 고양이는 항원성이 매우 강하여 알레르기성 비염을 자주 일으킨다. 그 외에 말, , , 염소, 돼지, 기니픽, 쥐 등으로부터 원인물질이 방출될 수 있으나 대부분 직업적으로 이들 동물을 사육하거나 다룰 때 나타난다. 최근 주택의 구조가 바뀌면서 우리들의 주위에 갑자기 많이 발생한 곤충으로 바퀴벌레가 있으며 그 항원이 흡입될 경우에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곰팡이균의 경우 주거지의 옥외나 옥내에 공통적으로 분포하며 연중 비슷한 정도로 증세를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 독특한 흡입항원으로는 제주도 밀감 밭에서 발생하는 귤응애가 있다. 귤응애는 제주도 주민의 기관지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항원으로 밝혀졌으며 과거의 기준으로 내인성 또는 원인 불명의 기관지천식 또는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단정됐을 증례가 귤응애에 의한 질환으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진단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일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식품 등이 원인이 될 경우 이는 우리 주변에 지속적으로 있으므로 연중 내내 증상을 나타나며 이를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이라 한다. 반면에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은 원인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되며 증상의 경중은 대기 중의 꽃가루 양과 관계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요즘에는 계절성과 통년성이 중복돼 양자가 잘 구별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지속성과 주기성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 악화요인으로 대기오염, 특히 황사와의 관련성이 대두되고 있다. 황사발생 후 천식 및 알레르기 피부염뿐만 아니라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병원 내원이 증가했다는 보고들이 있어 이러한 악화 요인에 대한 인식 및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법에는 크게 회피 요법과 대증 요법, 면역 요법, 수술 등이 있다. 회피 요법은 가장 중요하고 최선의 치료법으로 원인이 되는 물질을 찾아 그 물질을 피하는 방법이다. 대증요법은 증상의 완화를 목적으로 약물 치료를 하는 일차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의 복용 혹은 비강 내 분무, 국소용 스테로이드제의 비강 내 분무 등이 좋은 효과를 보이며 특히 새로 개발된 약제들은 졸림이나 구갈 등의 부작용이 많이 개선됐다. 경우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는데, 비갑개 점막에 고주파, 레이저 등으로 인위적인 손상을 가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와도 비대해지거나 콧물이 많이 나지 않게 하는 비갑개성형술과 같은 수술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수술 방법은 손상됐던 비갑개 점막이 재생돼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으면 증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집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가장 많은 유발항원 (70~75%)인 집먼지진드기의 서식처가 될 수 있는 양탄자나 두꺼운 커튼, 천으로 된 소파, 담요 등은 사용하지 않고 침구나 소파는 플라스틱 커버를 씌운다.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하기 가장 좋은 조건은 25도 정도의 온도와 80%정도의 습도이므로 실내온도와 습도를 각각 20도와 45% 이하로 낮추고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침구류를 세탁하는 것도 집먼지진드기의 번식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해도 먼지나 진드기를 모두 제거할 수는 없지만 물걸레 사용 등은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공기 정화기의 사용이나 진드기 살충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곰팡이의 경우는 집안에서 예방을 위해 목욕탕에서는 염소계 표백제로 변기, 욕조, 바닥 등을 소독하고, 배기가 잘 되도록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이 심각하므로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치료 결과에 실망한 나머지 완치가 가능하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어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허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알레르기라는 질환은 결코 몇 번의 치료나 특효약으로 완치될 수 없고 더욱이 특정한 하나의 치료방법만으로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처럼 환자 자신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병이라고 인식하고 회피요법과 약물요법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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