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라, 여성 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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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종합대학원 특임교수/ 논설위원

다음은 2003년 1월, 선거의 계절에 기고했던 칼럼의 일부다.

「울어라! 암탉아, 나와라! 여자 대통령. 이는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주제로 한 여자대학교의 광고카피다. 마침, 제주도가 정무부지사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자격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전제로, 1)국제관계 개선과 외자유치를 위해 외국어에 능통할 것, 2)첨단산업과 환경문제에 대해 높은 식견을 갖출 것, 3)50대 전후의 연령일 것 등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10%에도 못 미치는 교장·교감 등 여성 관리직 비율을 20%까지 올려나가는 ‘관리직교원 양성평등 인사제도’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참고로 제주도는 2002년 말 현재, 초·중·고교의 여성 교장이 각 1명, 교감이 각 3명, 여성 관리직 비율이 0.3%다. 5급 이상 고위직 행정공무원의 여성비율도 3% 미만으로, 이 두 수치가 모두 전국 최하위다. 이는 ‘여다(女多)의 섬’으로서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비교적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제주도의 겉모습과 현저히 모순된 실상이다.

이 기회를 통해 정무부지사의 조건을 하나 더 든다면, ‘여성일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첫째, 제주도가 추진하는 국제자유도시와 평화의 섬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후광효과(halo effect)가 크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미 여성의 이미지를 확립해 놓은 차, 세계는 지금 여성화 추세로 나가고 있다. 둘째,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을 대표할 뿐 아니라 도지사의 역할을 보완하는 본 제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셋째, 제주 여성들이 희망하는 바 사회적 지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한편 도지사의 도덕성과 리더십 회복이 어느정도 기대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총리를 탄생시키고자 한 것은, 여성 고위지도자의 출현이 여성의 지위와 사회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 하였다. 하물며 제주도지사는 여성부로부터 여성인권 시정을 권고받고 있음에랴. 그러니, ‘나와라, 여성 부지사!」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을 두 번이나 보낸 지금, 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 우선, 여자 대통령이 나왔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 되었다. 제주도의 초·중·고 여성 관리직 비율도 2020년 기준, 교장은 64·14·10%, 교감은 71·31·23%. 최소 10배 이상 증가했다. 5급 이상 고위직 행정공무원의 여성비율 또한 22%. 7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여성 부지사는 민선 6기 선거전에서 한 후보의 공약집에 파묻히고 말았다. 역설적이게도 전국 최초로 여성을 정무부지사로 임명한 곳은 경상북도다. ‘보수적인 행정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게 이유였다. 전국 최고 득표율로 민선 5기 경북지사에 당선된 김관용 지사는 3선의 영예를 누렸다. 당사자인 이민선 부지사는 여성의 섬세함으로 서민경제의 어려운 곳을 찾아 지원하는 동시에 일찌감치 국장급 여성정책관을 신설해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여성친화기업을 육성하는 경제부지사 역할까지 4년을 활약했다.

제주도는 전국 대비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여성기업인 비중이 독특하게 높은 곳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제주여성의 강인함을 돌과 바람처럼 이미지로 일관하느라, 제주발전의 파트너로 전략화하지 못하였다. 사실 제주 발전의 절반은 여성들의 필사적인 헌신의 결과가 아닌가. 오죽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녀가 생겼을까. 그러니, 이번에는 정녕 나와라, 여성부지사! 지금이야말로 김만덕 할망의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책임이 제주도정에 수혈돼야 할 때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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