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는 모래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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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지난 4월 18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해제되었다. 언제쯤 이런 날이 올까 손꼽아 고대했건만 그동안 몸에 밴 습관이 있어 그런지, 거리 두기가 해제된 느낌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엊그제 어린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서야 드디어 이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 기분이 새로웠다. 부디 다시 거리 두기 조치가 강화되어 우리 아이들의 웃음이 마스크 뒤로 숨어야 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거리 두기 해제는 대통령 선거에 이은 지방선거의 열기를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저마다 믿을 만한 소식통과 이른바 ‘카더라 통신’을 총동원해 후보자를 평가하고 선거 판세를 예측하는 얘기들로 흥미진진하다. TV에서 스포츠 중계하듯 요란하게 정치 평론하는 이들 못지않은 수준이다. 팔랑거림이 잦은 얇은 귀를 달고 있는 탓에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재미가 쏠쏠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그 재미가 깊어질수록 후보자에 대한 선택은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게 함정이다.

그뿐이랴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후보자들의 공약은 후보자에 대한 믿음보다 의심을 키운다. 이미 한가득 쏟아진 공약들만이라도 잘 지켜낸다면 ‘초일류 도시 제주’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만큼 과연 실천이 가능할까 싶은 공약들이 가득한 탓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조차 취임하기 전부터 파기, 후퇴 소식이 들릴 정도가 아닌가. 선거에 나서는 이들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당선을 위해 내놓는다는 걸 이미 유권자들도 잘 알고 있기에 그리 놀랄 일도 아닌 듯하다.

선거 시기가 되면 사회복지계도 분주하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을 모아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고 임기 내 해결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사회복지 각 분야를 대표하는 20개 사회복지단체가 모여 ‘제주 사회복지 아젠다 포럼’을 구성하고 ‘사회복지정책 아젠다’를 마련해 도지사 예비후보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지난 6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치렀다. 이 날 참석한 예비후보들은 한결같이 제안된 정책 아젠다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6월 1일 이후에도 그 약속을 잊지 않는지 지켜볼 것이다.

혹자는 사회복지계를 모래알이라고 평한다. 워낙 분야가 다양하고 시설·단체가 많아 한데 뭉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맞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노인시설에서 냉난방비를 걱정하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수년을 근무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어느 시설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종사자의 처우가 다른 현실, 그래서 당장 우리 시설 거주인부터, 종사자부터 챙겨야 하는 현실이 우리를 모래알로 만들었다는 것 말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변화를 갈망하는 사회복지 식구들이 아젠다 포럼을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아젠다 포럼 운영에 대한 기대가 크다. 허물어지면 다시 쌓고 쌓기를 반복하고 온 정성으로 다지다 보면 한낱 모래알들도 밀물과 썰물을 품는 넓은 가슴이 되고 거센 파도에도 끄떡없는 모래 해변이 될 것이다. 그러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지환경이 펼쳐지리라.그런 믿음이 있어 모래알이라는 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그래, 우리는 모래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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