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의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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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동유럽에서도 헝가리 사람들이 우리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헝가리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음악가 중에 프란츠 리스트라는 이름이 있는데, 그는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베토벤이 리스트의 연주를 듣고서 놀라워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 세계적인 음악가로 알려진 후에 리스트가 연주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여행 중에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에 머물고 있었는데 도시의 길거리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알리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제자가 연주회를 연다는 광고였다. 그런데 광고에 나온 리스트의 제자라는 여성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리스트가 모르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그 피아니스트를 찾아서 데려오게 했다. 얼마 후에 젊은 여성 피아니스트가 리스트 앞에 나타났는데, 그 피아니스트는 리스트 앞에 오자마자 사색이 되어 이렇게 사죄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요즘은 선생님의 이름을 내걸지 않고는 아무런 연주회도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선생님의 이름을 거짓으로 썼습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몇 마디 사죄를 듣고나서 리스트는 피아니스트에게 저기 있는 피아노를 좀 쳐보라고 했다. 얼떨결에 그녀는 피아노를 쳤고, 연주를 들으면서 리스트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었다. 그리고나서 리스트는 그 피아니스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내가 당신에게 몇 가지를 가르쳤으니까, 이제부터 당신은 리스트의 제자라는 이름을 내걸고 연주회를 해도 됩니다.”

그렇게 해서 리스트를 처음 만난 피아니스트는 단 한 번의 사죄를 통하여 정식으로 리스트의 제자가 된 것이요. 리스트는 처음 만난 그 사람을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런 방식으로 리스트는, 자신의 시대 음악계의 통합을 이루어간 것이라 생각된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이 나라와 많은 공동체들은 내적분열로 심각한 고통을 당해왔다. 남북관계는 물론이요 강대국들 사이 정치·경제·군사적인 분열과 갈등은 극에 달해 있는 실정이다. 거짓과 범죄가 있더라도 잘못을 인정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리스트를 일컬어 교향시(交響詩)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전까지 엄격한 형식에 매어 있던 교향곡에 문학을 통합한 것이 교향시였는데, 영어로 표현하면 Symphony Poem(교향곡 + 시)이라고 쓸 수 있다. 교향곡에다가 음악 외(外)적인 요소를 통합하여 음악자체를 하나의 시로 보려는 흐름을 도입한 것인데, 독일과 베토벤에게서는 가능성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던 일이다. 고전적 형식과 정체성으로부터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던 리스트의 그것을 일탈이라 할지 통합이라 할지, 어쨌든 헝가리의 리스트는 교향시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간 것이 분명하다.

때로는 일탈처럼 보이더라도 깊고 넓은 통합의 길을 열어가려는 지혜로운 마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선전 선동보다는 지혜로운 설득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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