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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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고3 수험생을 둔 가정이라면 다들 그렇듯이 말수부터 줄인다. 수험생의 생활을 알기에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 듯 오가야 하는 한국의 고교생에게 어떤 즐거움이 있겠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어느 후배의 아이는 초·중학교를 몇 년간 캐나다에서 다녔던 그때를 그리워한단다. 한국에서 공부하기 힘들고 우리의 교육 자체에도 불만이 많으니 그 시절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한국의 교육제도가 잘못됐다면 나중에 너희가 고치면 되지 않느냐! 이 정도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걸 고마워해야지. 안 그런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후배는 이런 말이 입속에서 맴돌지만 못했다고 한다. 공부를 독려하기보단 되레 역효과가 날 게 뻔해서다.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라고 한다. 한국방정환재단이 지난해 말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파악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돈·성적 향상·자격증 등의 물질적 가치를 언급한 아이들이 38.6%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등이 수행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도 한국 어린이의 삶의 질은 35개국 중 31위에 그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아동 상대 범죄도 통계적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는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대폭 늘었다.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의 범죄 피의자 또한 2018년 1143명에서 2020년 2851명으로 갑절 이상 많아졌다.

▲1인당 GDP 3만달러를 훌쩍 넘긴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감이 바닥권인 건 안타까운 일이다. 행복의 첫째 조건으로 물질적 가치를 꼽았다는 점에서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 재력이 명문대 입학 조건’이란 기막힌 말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사회에 물신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다.

이쯤이면 대한민국은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아동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 유명세를 치를 성싶다. 조금 더디더라도 ‘잘 놀면 잘 큰다’는 이치가 통하는 사회로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어른인들 행복할 리 없다. 물신을 숭배할수록 정신적 가치는 오염되고 설자리를 잃는다.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어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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