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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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봄은 시작하는 때이다. 다시 일 년 농사가 움트는 계절이다.

시작은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시작이 반이라 하지만, 그래도 시작은 쉽다. 봄은 농사꾼에게도 시작이 반은커녕 그 이후가 훨씬 어려움을 증명한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취업준비생의 어려움을 더 얘기해서 무엇 할까? 어려워도 일단 시작은 하고 볼 일이다. 남들도 어려움을 시작이 반이라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성공했다. 시작은 시작이지 중간부터 뛰어들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해놓고 닥쳐오는 어려움을 합리화할 궁리를 찾는 것이 쉽다. 결국은 포기하는 것이 우리의 나약함이다. 개인의 경우는 물론이고 조직의 경우에도 그렇다.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것은 옛말이고, 간만큼은 간 것이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불가능이 없다고 덤비는 사람도 많지만, 달리 생각하면 세상에 불가능은 너무 많다. 짜낸 치약을 도로 담는 것도 불가능하고, 엎지른 물을 도로 담는 것도 불가능하고, 하루에 1분을 늘려 쓰는 것도 어림 반 푼어치가 없는 소리이다. 자기 등을 긁는 것도 효자손이 없으면 가려울 수밖에 없다. 모두 시작을 하려 해보지만 그런 불가능이 없으면 좋을 것이다.

지난 감귤역사를 돌아보는 토대 위에서 제주의 감귤농사도 새로운 시작을 할 때이다. 감귤전업농이 칠팔십 대 노인이 되었고 나무의 수령도 경제성이 없어서 걱정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웬만한 사람이면 신문에 감귤 관련 칼럼을 한두 편씩 썼지만 지금은 일 년이 가도 감귤을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자녀가 대학을 나와서 말단공무원이 되는 것을 바라지, 부모의 감귤농사를 이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75%를 웃도는 감귤농사는 수령이 경제성이 없어서 절박한 감귤간벌이 눈앞에 와 있다. 현재의 노지감귤이 문제인데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된 궁천조생이나 흥진조생이다. 막연하게 옛날 방식을 답습하는 자칭 감귤박사들만 있는 상황에선 고품질도 난제다. 노지재배가 가능한 신품종이 개발됐다는 얘기도 못 들었다. 육지부에선 딸기, 사과, 배 등의 대체품종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주에는 4개의 대학이 있지만 감귤원예학과는 없다. 원예학과의 역사가 수십 년이 되면서도 감귤학과가 없으니 신기한 노릇이다. 감귤은 배우지 않아도 다 될 터이니 그래서 그런가. 예전에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설립된 ‘감귤 살리기 운동본부’가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바란다. 그 역할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음도 안다. 제주경제의 반을 좌우하는 감귤 살리기의 시작은 쉽지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제 봄, 수확의 가을까지 농부는 감귤나무가 주인의 발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고품질은 그런 노력 없이는 예전처럼 될 뿐이다. 나도 10년 동안 노지와 하우스 감귤을 했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새봄인데도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아 감귤의 영농을 시작하는 농부들의 짐도 버겁다. ‘사는 게 뭣산디’ 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작의 반은 결코 아니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취업준비생이든 농부든 직장인이든 시작할 때의 초심을 끝까지 가져갈 각오를 다져야 할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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