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스마트폰과 잠시 떨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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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논설위원

1990년대 중반 ‘삐삐’라고 불리던 무선호출기가 있었는데, 호출이 오면 “삐삐” 하는 소리로 알려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기기였다. 10자리 내외 숫자만이 표기되는 이 조그만 기기는 그때만 하더라도 어디에서든 사람을 호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당시 사람들에게는 통신 혁명처럼 여겨졌다.

삐삐 덕분에 수많은 숫자 암호들이 탄생하였는데, 8282(빨리 전화해라). 981(급한 일), 1254(이리오소, 여기로 와), 9977(구구절절 할 이야기가 많다), 1010235(열렬히 당신 사모합니다), 11010(흥), 9090(가자), 6616617(삐삐 쳐), 012486(영원히 사랑해), 1365244(1년 365일24시간 사랑한다) 등 수많은 숫자 조합이 소통 문자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낭만이 담긴 숫자이기도 하지만, 문자 소통의 시초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199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개인휴대폰과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통신 시장이 발전하면서 PC통신 서비스의 양대 산맥으로 기억되는 데이콤 천리안과 하이텔이 자웅을 겨루기도 하였다. PC통신에 대한 당시 국민들의 열망은 영화 ‘접속’에서도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서서 생활환경의 편리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디지털 기술을 만나면서 생활디지털 시대를 창조하였는데, 휴대폰, 컴퓨터(노트북), 카메라, 자동차, 텔레비전 등 많은 전자제품들이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디지털 생필품으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는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있게 되었다.

특히 하나의 기기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욕망은 스마트폰이라는 시대 걸작품을 탄생시켰는데, 스마트폰이 있어서 코로나19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은 현대인들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신인류 도구가 되었다. 이제 스마트폰을 위시한 디지털 기기가 내 옆에 없으면 불안할 정도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소위 新삼위일체라 불리는 ‘나와 스마트폰, 침대(소파)가 하나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전화를 하고, 드라마와 스포츠, 영화를 보고, 은행과 투자업무를 하고,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행정과 세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강의를 듣고, 쇼핑을 하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선물을 보낼 수도 있다. 예전에 직접 돌아다니며 하던 일들을 자리에 앉아서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처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에 따라 하나의 일에 대한 시간 사용은 줄어드는데 비해 하는 일은 다양해지고 노동력은 집적이 일어나고 있다. 말은 줄어들고, 문자와 기호 방식의 소통이 확대되고 있으며, 늘상 스마트폰과 함께이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중독을 염려하는 상황이 되었고, 디지털 디톡스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디지털 디톡스는 digital과 detox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디지털중독’이라는 새로운 질병 아닌 질병이 생기게 되면서 처방으로 나온 용어이다. 디지털 중독 치유의 하나로 나타나는 디지털 디톡스는 인체 유해 물질을 해독하는 디톡스 요법을 디지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각종 전자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명상, 독서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단식을 통해 몸에 축적된 독소나 노폐물을 해독하듯이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함으로써 정신적 회복을 취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과 거리두기인 셈이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정신은 언제나 사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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