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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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여당에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한 국회의원이 ‘슬기로운 야당 생활 십계명’을 공개하면서 그렇게 많은 물고기 중에서 ‘갈치’를 언급했다. ‘골프를 끊는다, 공부와 운동을 열심히 한다, 업자와 밥 먹지 않는다, BMW(자전거ㆍ전철ㆍ걷기)를 일상화한다, 국회에서 고함 대신 송곳 질문한다.’ 등을 열거했지만 ‘갈치정치를 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에 눈길이 갔다.

정치인을 비유할 때 ‘박쥐’는 들어봤지만, 갈치는 처음이다. 박쥐는 동서양의 우화에서 새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라며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가 하는 야비한 동물의 대명사로 취급되고 있다.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박쥐 같다’라고 하는 것도 이래서다. 과거 유신정권 시절 주야야여(晝野夜與·낮엔 야당 밤엔 여당)하던 정치인을 가리켜 ‘박쥐 정치인’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갈치는 크게 제주의 은갈치와 목포의 먹갈치로 구분하지만, 서로 다른 종류가 아니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아 비늘이 멀쩡해 은빛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은갈치로 부른다. 먹갈치는 그물로 잡는 과정에서 은색 비늘이 듬성듬성 벗겨져 상대적으로 어두운 빛을 띤다고 해서 먹갈치로 부를 따름이다.

갈치는 바닷속에서 칼을 휘두르는 것 같다고 해서 도어(刀魚), 허리띠 같다고 해서 군대어(裙帶魚), 칡넝쿨 같다는 의미로 갈치(葛侈)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이와 얽힌 말도 많다. ‘칼잠을 잔다’는 말은 몸을 세워 자는 갈치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좁은 방 한 칸에 여럿이 자려면 등을 바닥에 닿게 바로 누울 수 없고, 옆구리가 바닥에 닿게 모로 잘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익숙한 속담은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라고 할 수 있다. 갈치는 굶주리면 제 꼬리를 잘라 먹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쯤 되면 ‘갈치 정치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고 당을 공격하거나 동료를 비방하는 ‘갈치 정치인’이 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집단이나 내부 총질이 무섭다. 밖의 상대와 싸우기도 전에 안에서 균열이 생긴다. 콩가루 집안으로 추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래도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조직을 헐뜯기 위해 날조한 것이 아니고 내부 정화의 순수한 의지를 생각한다면 통 큰 수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고인물로 전락하지 않는다.

갈치의 입지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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