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혈입성(無血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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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성(城)은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올린 큰 담이나 장벽을 말한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과 백성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시설이다. 그런 만큼 성을 차지하기 위해선 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 목숨을 담보로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간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피를 흘려 싸우지 아니하고 성을 점령해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무혈입성(無血入城)이다. 이 사자성어는 크게 힘을 들이거나 손해를 보지 않고 목적을 이룰 때 주로 쓰인다.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쉽지 않다.

▲무투표 당선은 공직선거에서 경쟁자가 없을 경우 투표 없이 출마 후보가 당선되는 일을 가리킨다. 후보가 단독일 때 그 한 명을 자동 당선 처리하는 투표의 한 방법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도의회 의원, 도지사와 시장, 교육감 등이 해당된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에서 뽑아야 하는 공직자 수를 넘지 않으면 투표하지 않고 등록한 후보자를 선거 당일에 당선인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비용 절감 등을 위해 단독 출마자 등에 대해서는 무투표 당선을 확정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 게다.

▲무투표 당선은 후보자 입장에서 상대 후보와의 치열한 경쟁 없이 손쉽게 당선증을 받기에 말 그대로 ‘무혈입성’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아니고 나라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중요 선거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게 후보에겐 운수대통(運數大通)이다. 하지만 아무나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다. 오직 후보자가 1인일 때만 가능하다.

6·1 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제주에선 3명이 도의회에 무혈입성하게 됐다. 제주시 구좌읍ㆍ우도면 선거구와 서귀포시 남원읍 선거구에서 김경학ㆍ송영훈 도의원 후보가, 제주시 서부 선거구에서 김창식 교육의원 후보가 ‘나홀로 등록’을 해 무투표 당선된 게다.

▲무투표 당선은 출마자에겐 반가운 일이다. 별도의 선거운동 없이 당선인 신분을 유지하게 돼서다. 허나 유권자들로선 잃는 게 적잖다. 선거 공보가 발송되지 않고 벽보도 붙지 않는다. 토론회나 유세도 없다. 자기 지역구에 누가 출마했는지 조차 모른다. 투표도 하지 않는다.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깜깜이 선출’이다. ‘선택권과 참정권 박탈’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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