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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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담배와 흡연에 대해 너그러웠던 것 같다. 20년 전만 해도 시골의 어른들을 찾아 뵐 때는 담배 한 보루 정도는 손에 들려 있었다. 담배가 마치 간식이나 보약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해방 이후 흡연은 일종의 멋으로까지 받아들여져 양담배를 피운다는 자체가 신분 과시용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흡연은 급속히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성인 남자 70% 정도가 담배를 피웠다. 버스나 기차에서는 물론이고 극장,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마음껏 연기를 뿜어댔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며 금연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그동안도 담배의 해악을 홍보하며 금연을 강조해 왔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으면 몸무게가 늘어난다는 속설이 사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최근호에 실린 한 논문의 분석 결과다. 3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흡연 여부와 체중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고 한다.

2015년 담뱃값 인상은 종전 20%였던 흡연율을 이후에는 17.7%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사이 금연을 한 사람은 몸무게가 평균 3.09㎏, 체질량지수가 1.30만큼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금연이 체중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은 통설이나 의학적 분석을 통해 있었지만 패널 분석을 이용해 흡연과 몸무게의 인과 관계를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향후 정책 수립 시 흡연 못지않게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빈곤의 시대에는 뚱뚱한 것이 부와 권력, 풍요를 상징했다. 우리도 1970~80년대에는 배가 나온 남성을 가리켜 ‘사장님’이라 부르며 긍정적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비만이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극복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비만은 흡연과 함께 국가 의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얼마 전 건강보험공단은 비만으로 인한 연간 사회적 비용 손실이 국내총생산의 0.7%인 1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추계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국내 흡연율은 2020년 20.6%로 완만하긴 하지만 하향 곡선을 그린다. 그렇더라도 이제 금연 정책을 펴려면 비만율 증가 같은 반작용을 함께 잡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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