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식물 키우기
달에서 식물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상섭 편집위원

사람들은 환경이 갑자기 바뀔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학교에 다니는 형들이 부러웠다.

학교 안에는 미끄럼틀, 시소, 그네, 정글짐 등이 있었다.

꼬마의 시선으로 학교는 집에서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가끔 학교 운동장에 서면 그렇게 학교를 다니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금세 싫증이 났다. 바다로, 들판으로 맘껏 돌아다니던 영혼과 몸이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 때나 그네를 탈 수 없고, 아무 때나 철봉놀이를 할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난 뒤 10분 동안이나, 학교가 파한 후에야 가능했다.

▲국어니 산수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을 전혀 모르던 당시로서는 그게 충격이었다. 학교에 다닌 지 얼마 안 돼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놀고 싶을 때 놀지 못한 것이다.

대학생활의 자유로움을 뒤로 하고 군대에 입대한 후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직적인 생활과 철저한 명령체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겪었던 새로운 환경과 같았다.

▲지구촌에 있는 모든 생물은 지구의 환경에 맞춰져 있다.

길거리에 있는 잡초 하나조차 그렇다. 그 잡초를 달에다 심으면 어떨까. 물론 죽는다. 달의 토양에는 미생물도 없고 수분도 없다. 그런데 물과 영양분을 넣은 달의 흙에서 식물을 키웠을 때 해당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가 이뤄져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최근 아폴로우주선이 달에서 가져온 토양으로 식물 애기장대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골무 크기 배양용기 12개에 달 토양 0.9g씩 5mm 깊이로 넣고 씨앗을 심었다. 이곳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했다. 대조군으로 달 토양과 비슷한 지구의 화산재를 넣은 배양용기에 같은 씨앗을 심었다.

애기장대는 달 토양과 지구 화산재 토양에서 모두 싹을 틔웠다.

그러나 달 토양에서 싹을 틔운 애기장대의 성장 속도가 느리고 뿌리도 잘 자라지 않았다. 잎에 반점이 생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는 달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구의 토양에 익숙한 DNA를 가진 식물이 지구 외의 토양에서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참 경이롭다.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과 똑같지 않은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