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치와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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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공자는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 즉 정치를 한마디로 덕치(德治)라 했다. 반면에 법치(法治)는 고대 중국의 한(韓)나라 정치가인 한비자(韓非子)와 같은 법가(法家)들이 내세운 통치이념이다.

그런데 맹자와 순자 역시 덕치로 백성을 순종시켜야만이 영원한 복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가의 덕치사상과 한비자의 법치 사상은 유가와 법가의 격렬한 사상논쟁으로 비화됐던 것 같다. 한편 법치는 중국 상고시대 혼란스러운 봉건국가를 통치하기 위하여 상벌원칙을 정하고 만인에 평등하게 적용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 그러므로 법치사상은 신분계급 질서를 고수했던 유가의 사상보다 진일보한 이념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주 지역사회의 사회악 발생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제주도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비례 범죄발생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범죄분야 통계상으로 2015~2021까지 7년간 최하위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치안당국은 지역별 범죄 발생 원인을 분석, 취약지역에 대한 환경개선, 치안인프라 확충, 페쇄회로(cctv) 증설 등 근절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상으로 법망(法網)이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범죄자에 대한 법률의 제제를 물고기 잡는 그물에 비유한 말이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그만큼 법망도 촘촘하리라. 그러하니 어지간한 물고기는 모두 걸려들기 마련, 하지만 물고기 가운데도 힘 있고 큰 물고기는 그물을 찢고 도망치거나 끌고 다니기도 할 것 아닌가.

예컨대 살인 범인이 거짓을 꾸며서 법망을 빠져나갔다 해도 자기의 죄는 자신만이 안다. 그래서 자신은 평생 정신적 고통 속에 전과자로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강력범죄를 비롯한 사회악을 일소하는 데는 아무리 엄격한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인성부터 개과천선(改過遷善)이 먼저 돼야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권위주의 의식, 성차별, 계급서열 등 유교사상이 다분히 배어 있다. 반면에 윗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도덕관념, 인간관계에서의 예절문화, 조상과 부모에 대한 효행심, 형제간의 우애, 전통적인 사회규범은 유교적 삶의 근원이기도하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래의 유교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며칠 전 조선일보 주말섹션에 학교는 학원 아닌 사람 키우는 곳. 공부가 전부 아니라는 서울 중동고등학교 이명학 교장은 혁신, 절규어린 도덕성회복이 먼저라는 글을 올렸다. “명문고란 인류대 입학생 아닌 선한 동문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구성원을 많이 길러내는 학교”라고 정의를 내렸다.

지역사회단체나 교육, 언론, 종교단체 등에서 ‘예절입도구현’을 위한 도민 의식 개선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앞장서야 할 행정기관이나 자치단체, 치안기관 등에서는 근본적인 사회악 척결대책은 뒷전이다. 본연의 도덕성 문화를 사회 저변에 파급시켜 개개인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게 먼저다. 처벌 위주의 법치만으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덕치를 병행시켜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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