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기의(護疾忌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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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편작은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名醫)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 허준이다. 편작은 죽은 사람을 살려냈다는 소문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를 안 채나라의 환공이 그를 초빙했다. 편작은 환공을 보더니 피부병을 치료하라고 권했다.

허나 환공은 의원들은 병이 없는 사람에게 재주를 자랑한다며 무시했다. 열흘 뒤 편작이 병이 속살까지 번졌다고 했지만 환공은 못 들은 체 했다. 다시 열흘이 지난 뒤 병이 장기에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환공은 치료를 거부하며 역정만 냈다.

다시 열흘 뒤 편작은 멀리서 환공의 얼굴만 바라만 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돌아가 버렸다. 그러자 환공은 사람을 보내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편작은 병이 이미 골수까지 스며들어 고칠 수 없기에 그냥 돌아온 것이라며 피신해 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뒤 환공은 황천길에 올랐다.

▲위의 내용은 중국 한비자의 유로(喩老)편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문제가 있다는 주변의 조언을 애써 외면하면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호질기의(護疾忌醫)’다.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이다. 잘못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거나 자기의 결점을 덮어 감추고 고치려 하지 않는 그릇된 태도를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이 성어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고집과 독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이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검찰 출신이 정부 요직에 전면 배치됐기 때문이다. 즉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부터 대통령실 주요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된 게다.

검찰의 주요 보직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란 비판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일 게다. 야권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이 대목서 성리학의 창시자인 주돈이의 말이 주목을 끈다.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바로잡아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병을 숨기며 의사를 피하니,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今人有過/금인유과, 不喜人規/불희인규, 如護疾而忌醫/여호질이기의. 寧滅其身而無悟也/영멸기신이무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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