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왜건’ 대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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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으로 온 전화 가운데 열이면 아홉은 여론조사였다. 한 번은 수화기를 들고 무심코 응답하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나의 속내를 누군가가 알아챌 수 있다는 일말의 의심을 지울 수 없어서다.

그런 경험을 한 후에야 여론조사 기관과 조사 목적을 제대로 인지하고 질문에 끝까지 응했다. 여기엔 내 선택의 파급력이 컸으면 하는 바람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자 여론조사 결과도 후보들 못지않게 궁금해졌다. 그래도 휴대폰으로 오는 여론조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서 대부분 무시로 일관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엿새 앞둔 지난 26일부터 6월 1일 투표 마감까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쳐 승산이 있는 후보에게 가담하게 하거나, 열세자 편을 들도록 하는 등 유권자의 진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를 언급한 것이다.

‘밴드왜건(band wagon)효과’는 선거를 앞두고 실시하는 여론조사나 유세 등에서 우세하다고 발표된 후보 쪽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말한다. 대세에 편승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악대차(band wagon)가 요란한 연주로 악단을 선도하면 구경꾼들이 우르르 몰리는 것에서 비롯됐다.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에게 유력후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면 선거 기간 내내 일정한 대세론을 유지하면서 부동층까지 쉽게 흡수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언더 독(underdog) 효과’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쪽에서 원하는 약자 동정 현상이다.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가 극적으로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선거에서 뒤지는 후보에게 지지가 몰리는 것을 말한다. 사실 대중에게는 약자에 대한 동병상련의 감정이 있다. 선거 시즌이 되면 대개의 후보가 흙수저임을 강조하거나, 오늘이 있기까지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삶을 살았다고 밝히는 것도 언더독 효과를 통해 밴드왜건 효과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마침내 6·1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이면 그동안 꼭꼭 숨었던 ‘샤이(shy) 표심’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악대차가 승리할지, 밑에 깔린 개가 뒤집기에 성공할지는 당신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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