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쉬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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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오늘부터 유월이다. 여름의 시작이기도 하다. 유월을 뜻하는 ‘June’의 어원은 결혼의 여신인 ‘주노’(Juno)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젊음을 뜻하는 라틴어 ‘juniores’가 그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유월을 청춘의 달이라 부르며, 이때 결혼을 하면 행운이 따른다고도 한다.

이런 유월을 어느 시인은 쉬면서 가자고 했다.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 ….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그러고 보니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난다. 한동안 세상 돌아가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웠다. 눈·귀가 어지러워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보니 정작 내 삶은 오간 데 없다. 세월만 저만치 나앉아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는 오순도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소리는 잦아들고 정치 소음만 요란하다. 이제 당분간은 선거도 없는 듯하다. 정치 패널들의 편 갈라 입씨름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덜 봐도 될 듯싶지만, 글쎄다.

유월은 푸르다. 산도, 들도, 바다도 푸름으로 넘실댄다. 산천초목이 우릴 향해 손짓한다.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시릴 것 같은 유월 들녘의 잎파랑이들이 푸른 물결처럼 일렁인다. 그 속에서 잠시만 머물러도 싱싱한 푸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더위 속에 피어나는 여름꽃들도 봄꽃 못잖게 예쁘고 탐스럽다. 장미, 맨드라미, 달리아, 봉선화, 채송화, 백일홍, 해바라기…. 하지만 계절의 속살은 오래가지 않는다. 피어나는 듯 사그라지는 게 계절의 속성이다.

초하의 속살을 탐하는 것도 유월이 적기다. 초목들은 뜨거운 햇살과 장대비 속에 부드러운 제 속살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이때다 싶을 때 우리도 기회를 잡아 여름의 열기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자연은 활짝 피어나는데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직도 움츠린 상태다. 그런 자세로는 삶에 신명이 일지 않는다. 삶에 몰두할 수도 없다. 코로나로 오랜 칩거와 망설임의 세월을 버텨왔기에 호기심마저 메말라버렸다. 내 안에 눌러앉은 불안과 조바심을 털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들여야 한다. 기분 전환에는 나들이나 여행만 한 게 없다. 산도 좋고, 들도 좋고, 바닷길이나 시골길이면 또 어떠하랴. 가족끼리, 아니면 친구와 벗하여 하루 이틀 노닥거리다 보면 몸과 마음엔 기운이 솟고 기분은 찢어질 듯 부풀어 오른다. 그 어느 날 찾아올지도 모를 절호의 기회를 위하여 지금의 욕망을 꾹꾹 누르다 보면 찰나의 그 기회는 영영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실망으로 얼룩진 마음자리엔 후회의 회한만 들러붙는다. 기회는 기다리는 게 아니다. 다가가 붙잡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양보나 기다림을 미덕이라고도 하지만 적극적인 삶의 방식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투고 투쟁하며 억지 부리는 삶도 정도는 아니다. 다만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고 붙잡는 것. 그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이며 결단일 수 있다. 휴가나 휴식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의 행복은 배가된다. 6월은 쉬면서 가자.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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