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내놓은 미친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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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논설위원

며칠 전 아내가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갔는데, 거기 사장님께서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라 미안하다며 몇 번이나 사과하더라고 했다. 지난달 말에는 대출 담당자가 내게 전화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변동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양해 바란다며 사정 조로 말하길래, 돈 빌려 온 건 난데 돈 빌려준 은행에서 왜 그렇지? 했는데, 막상 인상된 금리를 보니 그럴 만했었다.

지난달 제주지역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라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역시 전년 대비 5.4% 오르면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고물가 흐름은 내년 초까지 계속된다는 예상이다.

지난달 26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2007년 7,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연속 인상이다. 이는 미국의 지속적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정책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된다.

얼마 전부터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과 저금리 기조로 쌓인 수요 압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이 맞물려 1970년대 같은 지속적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 회복 과정에서 계층별·부문별로 회복이 불균등하게 이루어져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 생산국의 식량 수출제한으로 국제 식량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게 되면,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 게다가 국제 곡물 가격 상승분이 4~7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물가가 길게는 내년 초까지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북해 브렌트유는 지난달 31일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합의한 데다, 중국이 주요 도시 봉쇄령을 일부 해제하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한다는 전망이다. 고환율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달 중순 1300원 근접 수준까지 뛰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40원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그간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면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도 하반기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실제 카드사 이용실적을 보면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식당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대면 소비가 크게 늘었다.

이런 고물가가 지속되면 경기 침체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커진다. 이와 함께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소득 증가가 따라가지 못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스크루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고소득층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제 지방선거도 끝났다. 지금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드 타임이다. 물론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 차원의 물가관리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현안보다 먼저 지역 민생물가 잡기에 주력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우선 지방 공공요금 상승을 최소화하고 도지사 직속 물가대책 위원회를 조직하여 모니터하는 등 체감물가 안정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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