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놀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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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놀이를 시작한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도 웃음을 유도하는 행위도 놀이를 통해 해결된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단계별 성별로 하는 놀이가 다르다 보니 가짓수도 점점 불어난다. 수백, 수천 가지나 되는 장난감 종류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일지라도 똑같은 장난감을 계속 주게 되면 싫증을 내고 만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저자 ‘호이징하’의 말에 의하면 예술, 운동경기, 지식, 정치, 심지어는 전쟁과 법률에도 놀이의 원리가 스며있다고 한다. 놀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활동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특별한 행위라고 했다.

동물들도 놀이처럼 보이는 행위를 한다. 서로 귀를 문다던가 상대를 넘어뜨리는 동작을 하는데, 그것은 진짜로 무는 게 아니라 무는 시늉만 하는 것으로 친근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놀 때만큼은 사람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인간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해마다 정해진 날이 되면 다양한 행사와 놀이를 즐겼다. 정월에는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를 하면서 나쁜 일들은 소멸하고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평안하길 바라는 상징적 행위에는 순수한 놀이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지금도 대보름날이 되면 현관문이나 방에 부적을 붙이기도 하고 오곡밥과 다양한 나물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는 정겨운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의 열정적인 놀이에는 거짓이 없다. 놀이의 세계가 마치 현실이라 착각될 정도로 순수하면서도 진지하다. 하루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놀이에 빠져든 아이들을 엄마는 맛있는 음식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다 보면 놀이의 판이 깨져 미완의 작품 같을 수도 있다. 호모 루덴스의 말에 의하면 놀이를 파괴한 자는 놀이라는 세계의 환상을 앗아간 거라 표현할 만큼 무언가의 힘이 놀이 속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 힘은 경쟁 과시 우월의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태평양 연안 인디언 부족인 ‘코키우틀 족’의 관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가끔 선물교환의 행위로 ‘포틀래치’라는 대축제를 연다. 한 집단의 부족이 다른 집단의 부족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는데 선물을 받은 집단은 더 큰 선물을 준비해야만 한다. 선물의 크기는 사회적인 지위를 반영하는 것으로, 축제를 연 부족이 재산을 펑펑 낭비할 정도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선물을 받은 부족도 재산을 탕진할 만큼의 선물을 다시 그들에게 줘야 한다는 게 문제다. 이 관습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없지만 체면 유지와 경쟁, 승리에 의미를 둔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를 속이거나 놀이 정신을 망치는 일은 없다. 요즘 선거철을 맞이해서 후보자들의 공약이 수없이 쏟아졌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면서 상대를 이기려 하는 건 잘못된 행위다. 순수한 놀이에는 신의와 성실이라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깃들어 있다. 아무리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과 양심이 결여된 놀이여서는 곤란하다.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진정한 놀이 정신이란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이 아닐까. 그 마음을 되살려 아름다운 문화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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