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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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요즘 ‘애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농업(애그리컬처)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로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이란 뜻이다.

알다시피 농식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교역품이다. 자동차 교역 규모의 세 배가 넘는다. 2008년과 2011년만 해도 애그플레이션으로 세계가 휘청거렸다. 현재 79억명인 세계 인구가 10년 뒤 85억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농산물 대란이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 정부가 밀·옥수수·보리·호밀 등 주요 곡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두 나라는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곳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곡물 산지인 남미와 미국이 가뭄에 시달리는 것도 애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른 무더위와 나들이 수요에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더 커졌다. 일선 농가만 해도 비료값, 인력난, 유류값 등 3중고로 올봄 파종 시기에 농사를 포기한 곳이 속출할 정도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외식업과 식료품 등 관련 물가를 자극하며 올 하반기 최악의 물가 상황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밥상물가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4%나 올랐다. 2008년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가공식품 지수를 보더라도 국수와 밀가루·식용유는 물론이고 식초와 된장, 간장까지 22개 품목이 10% 넘게 급등했다. 전체 73개 품목 가운데 69개 품목이 몸값을 크게 높였다고 한다.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유럽 빵공장’ 우크라이나 사태는 코로나 장기화와 더불어 밀 수급에 장애를 초래했다. 곡물 가격이 크게 올라 어디라 할 것 없이 애그플레이션의 출현은 필연이다. 빵과 국수, 짜장면 등 밀가루 음식값 상승은 또 다른 소비자 물가 상승의 방아쇠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제 곡물가격은 4∼6개월 후에 국내 식품과 사료 값에 반영된다고 한다. 당장 올 여름 식품 물가가 걱정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모든 식품경제를 요동치게 해 특히나 서민들에게 치명적이다.

개별적 배고픔은 복지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식량부족 문제는 국가를 뒤흔드는 태풍이 될 수 있다. 국가 안위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사인 게다. 세계화 이면에 숨은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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