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가 없는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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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논설위원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 지중해 최고의 휴양지로 알려진 마요르카 섬을 여행한 적이 있다. 마요르카는 스페인의 가장 큰 섬으로 지중해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스페인 본토에서는 200㎞ 정도 떨어져 있다. 섬의 면적은 제주도의 2배 정도가 된다. 역사적으로 지중해를 장악한 여러 세력의 지배를 받았지만 지금은 스페인 제일의 휴양 관광지로 부상했다.

마요르카는 발레아레스 제도에 속한 섬으로 인구는 2019년 현재 90만명 정도가 된다. 1983년에 제주도처럼 자치구로 지정되었다. 섬의 주도(主都)는 팔마이고 섬의 관문인 팔마 공항은 스페인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이다. 2017년 공항 이용객수가 2800만 명에 달했다. 승객의 대부분은 관광객으로 독일, 영국, 네덜란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지중해의 온화하고 화창한 날씨는 유럽 대륙의 중북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으로 인식되었다.

마요르카는 지중해 최고의 휴양지답게 아름다운 해변과 산들이 어우러진 경치가 일품이다. 해변 주위로 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들도 볼 수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흔하게 맡을 수 있는 비린내가 여기에는 전혀 없었다. 포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은 대부분이 요트로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은 보기 힘들었다. 어부들이 잡아오는 생선들이 없으니 포구에서 비린내를 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요르카의 해변을 따라서 길게 늘어선 것은 호화 별장들과 대형 리조트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별장들의 주인은 유럽의 독일인이나 영국인들이다. 특히 아름다운 해변이 없는 독일인에게 마요르카는 가장 매력적인 휴양지로 그들은 마요르카를 독일의 17번째 주라 말하기도 한다. 해변과 포구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내어준 마요르카 원주민들은 해변이 아닌 내륙의 저지대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올리브, 무화과, 오렌지 등의 지중해성 작물을 재배하며 생활하고 일부는 관광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마요르카의 관광산업은 1950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2010년에는 600만, 2017년에는 1000만의 관광객들이 내방했다. 이러한 관광객들의 증가로 인해 과잉 관광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로 인한 주민들과의 갈등이 제주도의 지역 방송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관광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비약적으로 나아지지 못했다. 대규모 외국 자본의 유치를 바탕으로 하는 단지형 관광지 개발은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을 주기에는 애초 한계가 있었다. 외국 부자들에게 해변을 내준 원주민들을 어업의 전진기지인 포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팬데믹 이전 제주에도 과잉 관광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그간 관광 산업의 양적 성장에 주력하다보니 외국자본의 투자 유치, 대규모 리조트와 같은 단지형 개발, 관광객 수에 치중하는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제주 관광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잉 관광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난개발, 쓰레기 처리, 교통 체증, 해양 오염 등의 문제는 수용력의 한계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관광에 대한 사고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양적 관광에서 탈피하여 주민이 주도하는 질적 관광으로 나아감은 물론 관광 이외의 선택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제주의 포구에는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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