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안보에 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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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수, 제주대 학술교수 융합정보보안학과/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통해 국가정보원에 ‘사이버안보’ 임무를 부여하고 폐지된 사이버안보비서관을 3년 6개월 만에 부활시켰다. 윤석열 정부 또한 대통령비서실 축소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 직제를 유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였다. 수면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글로벌 기술경쟁, 인공지능·양자암호 등 신흥 핵심기술의 연구개발 및 보호, 그리고 사이버공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제 사이버안보가 사이버보안을 넘어 명실상부하게 국가안보나 국제정치에서 핵심적인 논제가 되었고,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서 보듯이 사이버공격이 물리적 공격만큼이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신기술·사이버안보비서관이 신기술·사이버안보 뿐만 아니라 사이버보안을 포함하는 우리나라 국가비밀 보호제도 전반의 미흡한 법치주의 개선을 주문해 본다.

우리의 국가비밀 제도는 1961. 6 「중앙정보법」에 의해 「비밀보호규칙」(국가재건최고회의규칙)과 「비밀취급인가규칙」(국가재건최고회의규칙)이 제정·시행되고, 그 이후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과 「보안업무규정시행규칙」(대통령훈령)이 제정됨으로써 인원·문서·시설·지역·사이버 등을 포함하는 국가차원의 보안제도가 체계화되었다. 그러나 위 법령은 그 성격이 행정부 내부나 이와 공법상 특별권력관계가 성립하는 공공기관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에 불과하여 입법·사법부를 규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이버공격이 발생하더라도 국가 차원이 아닌 입법·사법·행정부가 각각 별도의 법령을 근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사법적 통제 측면에서 보면,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제한하는 비밀의 지정 및 분류, 그리고 사이버보안 등 국가보안 사무의 수행절차와 방법이 국회입법인 법률이 아니라 「국가정보원법」의 수권명령인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을 근거로 시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법규명령 또는 행정규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곧 법치의 중대한 위반이 되는 것이다.

물론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서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20여년 동안 「사이버위기관리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법치구현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였지만 여야 대립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하고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바 있다. 이제 새로 출범한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사이버안보법안」 등과 함께 국가비밀 양산 통제 및 정보공개 촉진을 위한 가칭 「비밀분류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의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안전사무를 수행할 기관에 대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법도 마련하지 않은 채, 국민적 신뢰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법부의 태도는 법치의 의미를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몰이해라 할 수 밖에 없다. 중대한 법치의 위반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 진지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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