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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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논설위원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시를 비롯, 전국 17개 시도지사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곳에서 승리했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7개 중 2개 선거구에서 이기는데 그쳤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압승을 한 데는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에 따른, 이른바 코트테일 효과에 기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점 이외에도 민주당이 여당 시절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공수처법, 검수완박법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여당인 다수당은 헌법개정이나 여당에 유리한 법을 통과시킬 때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이러한 정치문화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다수결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결정 수단으로 가장 좋은 것은 만장일치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결정을 할 수 없다는 맹점을 지닌다. 그래서 민주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단으로 채택한 것이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다수결제도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상대주의적 가치관에 입각하고 있어 모든 구성원 각자는 동일 수준의 합리적 이성을 가진 존재로 간주한다. 조금이라도 다수의 구성원이 찬성한 의사는 소수의 의견보다는 좀 더 나은(better) 것으로 보고, 최종 의사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다수가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소수는 늘 소외감에 빠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소수의 의견을 배려할 것인가를 다수결주의에서는 항상 고민해야 한다. 다수의 의견이 진(眞)이 아니고 소수의 의견이 거짓(僞)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수와 소수의 의견이 좀 더 다르다는 의미일 뿐이므로, 좀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 최종 의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이는 바로 토론과 타협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을 거쳐 다수도 소수의 의견 중에 좋은 것은 수용하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소수도 다수의 의견이 좋으면 따르겠다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토론 과정에서 상호 수용한 제3의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면 이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다수가 찬성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다수결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여·야가 선거를 통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다수당일 때도 언제나 소수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의결과정에서 역지사지의 태도를 가지고 여당은 야당과 기꺼이 타협하겠다는 유연한 자세가 매우 필요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선명한 야당이 여당과 타협하는 것은 야합으로 봤다. 그래서 우리 정치문화에서 타협을 야합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민주주의 사회로 성숙했으니, 과거의 이러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여·야 모두 다수의 의사를 좀 더 나은 다수로 의견을 모으기 위해 기꺼이 타협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인민민주주의(공산주의) 사회에서 행해지는 민주집중제적 다수결과 유사하게 될 것이다. 공산주의사회는 절대주의적 가치관에 토대를 두고 있어 다수는 곧 진으로 소수는 거짓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다수가 곧 선이므로 만장일치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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