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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중국 상해에서 코로나로 인한 도시 봉쇄가 있은 후에 많은 중국인들이 상해를 떠나거나 중국을 떠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를 떠나서 한국으로 귀화하려는 과학자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려운 시기에 그 나라를 떠나려는 사람들은 주로 상류층이거나 전문직의 인재들일 것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유럽 대륙이 전쟁에 시달리는 동안에 많은 인재들이 유럽으로부터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오늘날처럼 미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른 결정적인 이유가 그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시대에 많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조성되면 뛰어난 인재들은 어떻게든 그 나라로 가려고 할 것이요. 인재가 몰려들면 부강한 나라로 성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옛날 바벨론제국의 느부갓네살왕이 국가적 정책 차원에서 온세상 인재들을 바벨론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뛰어난 인재들을 바벨론으로 데려오라. 그 인재들에게 바벨론의 학문과 언어를 가르치라. 그리고 바벨론을 위하여 일하게 하라.”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 구약성경의 다니엘 같은 인재가 바벨론의 중심부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다니엘은 왕이 바뀌고 나라가 바뀌어도 국가의 중직을 맡아서 계속 일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왕, 그의 아들 벨사살왕, 메대의 다리오왕 그리고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 때까지 다니엘은 국가의 중직을 맡아서 쓰임받고 있었다. 세계사에 잘 알려진 대단했던 왕들과 함께 일했던 것인데, 그런데 다니엘은 권력에 야합하는 방식으로 일했던 것은 아니다.

왕이 바뀌고 나라가 바뀌어도 국가의 중직을 맡아 계속 일했던 다니엘이 대단해 보이는데, 이전의 왕 밑에서 일했던 중직자를 포용했던 왕들 역시 대단해 보인다. 권력의 부침(浮沈)과 상관없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직책들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요. 중직을 맡은 인재 역시 직책의 전문성과 사명감을 깊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판단된다.

진실이나 공정성보다는 기술적 선전 선동에 치우친 여론과 권력이 시대를 휩쓰는 동안에, 전문성을 지닌 인재들은 역사의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할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전문성을 지닌 인재들이 일을 해야 하는 분야들까지도 시류(時流)의 위세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인재들로 하여금 그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도록 만든 원인은 주로 그들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나라의 정치 분야에서 전문성있는 학자들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치계 전반이 학자나 인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우리의 대기업을 유치하려고 애쓰는데, 우리는 대기업들이 왜 거기까지 가서 공장을 세워야 하는지 잘 모르면서 살아간다.

권력의 부침, 피상적인 시류, 무책임한 변론, 그리고 자극적인 뉴스 화면들로부터 조금 물러서서, 깊은 곳을 흐르는 진실과 양심과 공정성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시기라 생각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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