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한라산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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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지난 9일 한라산을 찾은 등산객 12명이 출입금지구역인 백록담 분화구 내부까지 진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탐방객들이 백록담 분화구 안으로 들어갔다는 신고를 접수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단속팀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불법 탐방객 12명 중 3명은 도주하고 나머지 9명을 서북벽 인근에서 적발됐다.

지난 17일과 18일에도 역시 출입금지구역인 한라산 남벽과 선작지왓에서 텐트와 그늘막 등을 설치하고 야영하며 취사, 음주를 한 탐방객 21명이 적발됐다.

기후변화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구상나무숲이 사라지는 등의 몸살을 앓는 한라산이 최근에는 일부 탐방객들의 무자비한 등산화에 짓밟히고 있다.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 소위 ‘비코스’ 탐방은 물론 인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음주는 물론 야영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비지정탐방로를 진입했다가 적발된 건수는 63건이며, 지난 한해 76건이다.

또한 한라산에서 야영하다가 적발된 것 역시 지난해 5건, 올해 1건 등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10년 전인 2012년 4월 24일 사제비동산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대 식생이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지금도 한라산 곳곳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적발된 흡연건수가 32건에, 올해 들어서도 벌써 32건. 한라산이 언제 화염에 휩싸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폭설로 장관을 이룬 사제비동산 능선 등에서 탐방객들이 스키를 타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2019년 7월에는 폭우로 만수(滿水)를 이룬 사라오름 굼부리에서 무개념 탐방객들이 수영을 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드론도 한라산을 괴롭히는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드론으로 한라산 경관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를 얻어야 하지만 한라산 곳곳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띄우고 있으며, 보다 멋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드론 소유자가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기(氣)가 좋다’는 기암괴석 등에서 행해지는 무속행위도 한라산을 병들게 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산이 높아 산정에 서면 은하수(銀河水)를 잡아 당길 수 있다는 뜻을 가진 한라산(漢拏山). 높이 1950m로 우리나라 최고봉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많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학술적 연구 가치와 함께 역사적 가치가 높고, 오랜 세월 ‘민족의 영산(靈山)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면서 1966년 국내 최초로 천연보호구역 제182호로 지정됐으며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4500여 종 식물 중 절반에 가까운 2000여 종의 식물과 500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는 등 국내생물종의 50% 이상이 자생하는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그리고 유네스코가 한라산을 세계의 보물로 인정해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2007년에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고, 2009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는 등 인류가 보존·보호할 유산이 됐다.

제주 어디에서든 보이는 한라산, 멀리서 바라만 봐도 항상 좋은 기운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산.

제주사람들은 한라산에서 태어나 한라산 자락에 기대어 살다가 한라산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제주가 곧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보물인 한라산이 기후변화와 개념 없는 탐방객들로 병들어 가고 있다.

후세에 물려줘야할 한라산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도민들의 작은 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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