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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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킬러문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학생 간 변별력을 높인다는 구실로 출제되는 최고난도의 문항을 일컫는다. 보통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어서기에 가뜩이나 수험장에서 긴장하는 수험생들을 저격하기 일쑤다.

배점이 대부분 3~4점으로 다른 과목보다 높은 수학에서 저격 본능을 뽐낸다. 지난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현직 교사와 교육과정 전문가 12명으로 평가단을 꾸려 9월에 치른 모의고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학 문제 4개가 고교 교육과정의 레벨을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대학과정 수학을 배운 경우라면 쉽게 풀 수 있겠지만, 고교과정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풀이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결국 정상적인 학교교육만으로는 준비가 어렵고 학원에서 따로 배워야 유리했다는 말이다.

▲중·고교 수학시간 때면 선생님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대학을 잘 가려면 우선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뒤집어 말하면 이제부터 수학을 못 따라가면 대학에 못 간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말처럼 수학이 그리 쉽나. 우리 고교에서 수학 시간이면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엎드려 잠을 잔다.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이다. 선행학습을 마친 상위권 서너 명은 딴짓을 한다. 수학 교사들은 대체로 중위권 학생들에 맞춰 수업하지만 잠을 자지 않는 것만도 고마울 뿐이다. 필자도 어떻게든 수학을 공략하겠노라고 했지만 학기 초의 다짐은 잠시였고, 어느새 수포자로 전락한 경험이 있다. 참고서의 첫 단원은 그나마 펴봤지만 그 다음은 손때 하나 묻지 않은 새 책으로 남는 게 수포자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고등학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 결과 고2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국어 7.1%, 수학 14.2%, 영어 9.8%에 달했다.

특히 수포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5년 전만 해도 수학 기초 미달 중학생은 7.1%, 고등학생은 9.9%에 그쳤지만 지금은 모두 두 자릿수다. 코로나19로 생긴 학습 결손이 학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서 학생들이 수학과 멀어진 이유에 대해 “내용이 어렵고 학습량이 많으며 진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수포자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현실이 이러한데 수학이 핵심 요소인 4차 산업혁명에서 대한민국이 앞서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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