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折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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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 논설위원

2022년 원단이 엊그제 같은데 오는 30일이면 일 년의 절반이 지나갑니다. 세월이 빠르다는 상념 속에 절반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네요. 뚜렷이 한 일 없이 반을 훌쩍 보냈다는 허망함과 후회스러움이 남습니다.

‘절반’이란 말은 신라의 수도 서라벌에 사찰과 민가가 반반인 데서 유래되었다 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하나를 둘로 똑같이 나눔’입니다. 열이면 다섯에 해당하고 반환점이기도 한 절반은 이쪽이냐 저쪽이냐, 긍정이냐, 부정이냐를 말할 때도 인용됩니다. 인생의 절반은 어느 시점으로 봐야 하나, 엉뚱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언제까지 살다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수수께끼입니다.

요즘은 과학의 발전으로 장수하는 이들이 늘어갑니다. 노환으로 자택에서 돌보기 어려워 양로원이나 요양원으로 가기도 합니다. 반면에 돌발적으로 교통사고가 생기면 내일 일도 모릅니다. 언제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80세까지로 보면, 40대 중반 정도인가 싶습니다. 한 주, 한 달을 마무리 하는 날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바르게 살았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불평불만으로 시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봅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됐는지 부족한 부분들은 없었는지 잡념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가끔 나만 힘든 건 아닌지 반문해 봅니다.

혹여 내 말보다 남의 얘기를 올바로 듣고 상대방을 감싸주며 위로해주고, 느긋이 여유로운 마음을 지녔는지 되돌아봅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 청소를 합니다. 쓸데없는 잡념만 쌓여 결론은 다시 시작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남을 존중하고 감사하며 바른 마음으로 느긋이 살고 싶습니다. 늦게 간다고 재촉할 사람 없습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순수한 삶이 아닐까요. 삶은 운명이 아닌 선택이며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가, 떳떳하고 후회 없는 자신을 만듭니다.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난다고 합니다. 앞만 볼 것 아니라 옆도 봐야 합니다. 기차가 아름다운 것은 앞은 볼 수 없으나 옆 창문을 통해 고향길처럼 아련한 풍경을 볼 수 있어 여유롭습니다.

살면서 포도주병 토론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포도주병에 포도주가 반 있을 때 긍정적인 사람은 아직도 반이 남았네 하고, 부정적인 이는 절반밖에 없잖아 하지요.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반쯤 해보면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가늠이 되지 않을 때는 긍정과 부정으로 당연히 갈립니다. 긍정으로 위안하다 보면 긴장이 풀려 느슨해지기도 합니다. 기왕지사 벌어진 일 후회하는 쪽으로만 치우치면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인간은 40세 이후면 외부의 심경 변화를 많이 받는 시기라 하네요. 세상사 욕심부린다고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사소한 기쁨도 감사하면서 천천히 동행함이 바람직합니다. 인생의 전반기는 풍요로워 부유하게 살려고 집단이 요구하는 삶에 치열하게 경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기, 삶의 해가 지는 시점부터 내면을 돌아본답니다. 어떻게 익어갈 것인가. 내가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꾸밈없이 나를 만나는 건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 아닐까요.

누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으며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가기를 원하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남은 절반이나마 잘 써야겠다는 각오는 위안이 됩니다. 일 년의 반을 보낸 지금, 지난 시간은 어쩔 수 없으나 남은 절반을 후회 없이 지내고자 소망해 봅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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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맘 2022-06-27 23:07:23
저를 되돌아보게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