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을 살려야 지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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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 논설위원

장마철이 시작되고 끈적끈적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허리케인이며 산불, 온갖 자연 재해가 전례 없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균형을 되찾아야 함을 모르지 않는다. 탄소중립(Net zero)은 세계적 과제이고, 우리나라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움직임을 서둘러야 할 때다. 그런데 이미 배출한 대기 중 탄소의 총량을 뜻하는 ‘레거시 로드(Legacy Load)’가 계속해서 대기를 달굴 터인데, 이를 없앨 방안은 무엇인가? 영화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2020, 조슈아 티켈, 리베카 해럴 티켈 감독)은 그 방안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는 우리 행성을 치유하고 인간의 멸종을 막을 간단한 해결책이 우리 발밑에 자리한 대지, 토양에 있다고 한다. 광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격리하고, 기후 균형을 회복하며, 담수 공급원을 보충해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희망이 토양에 있다고 한다.

탄소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기반이다. 식물은 햇빛을 에너지로 하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소 연료로 바꾼다. 이때 40%는 뿌리로 내려가 토양 미생물에게 탄소를 먹이고, 토양 미생물은 식물에 무기 영양소를 공급한다. 그 과정 속에서 토양 미생물은 ‘글로말린(탄소 접착제)’을 만들어 공기와 물의 흐름을 조절한다. 풀과 나무, 다년생 식물이며, 방목이며 경작 기술을 활용하여 토양 안에 탄소를 격리할 때 기후 위기, 식량 위기 등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탄소의 포집을 가능하게 하려면 농사짓는 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레이 아출레타(Ray Archuleta)’는 “농사짓는 법이 자연에 가까울수록 농자재 투입량이 감소하고, 수익이 늘어납니다.”라고 한다. 토양이 흙먼지가 되어버리는 토양 침식이 문제가 되는데, 이는 쟁기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고, 최근에 살충제를 뿌리고 화학 비료를 뿌리면서 토양이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전 세계 땅의 3분의 2에서 사막화가 진행되었으며, 매년 4000만 명이 자신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2050년에는 10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토양 사막화의 난민이 될 것이라 추정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농사법을 몇 가지 예를 보여준다.

토양을 치유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농업 형태로 ‘재생 농업’이 이야기된다. 샌디에이고의 한 농부는 하스아보카도만 다량 재배하다가 아보카도, 바나나, 무화과, 커피 등 40종의 과일을 함께 키우는 과일 숲을 조성했다. 밭을 아예 갈지 않고 바로 식물을 심는 무경운 농법을 사용해 식물과 소를 키우는 목장도 보여준다. 중국에서 있었던 토양재생사업으로 황투고원이 비옥해진 이야기며, 우간다의 퇴비화장실 등이 이야기된다. 이처럼 지구를 뒤덮고 있던 식물들을 제거하며 땅을 갈아엎는 데서 비롯된 사막화의 길을 차단하고,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 생태계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농업은 우리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미래임을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2015년 UN 파리 기후 정상 회의에서 ‘스테판 르폴(프랑스 농무 장관)’은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탄소와 동일한 양을 농지와 숲의 토양에 저장하는 방안을 내어 놓았고, 전 세계 30개국이 이에 서명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 미국, 인도 등은 서명을 거부했다. 늘 최종 문제는 정치다. 미생물에서부터 거대 생물까지 생명으로 약동하는 지구를 위해 정치가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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