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가리 연화못에 곱게 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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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시인·수필가·前 애월문학회장

하지(夏至)가 지나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려는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날이다. 초여름의 불볕더위에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蓮花池)에서는 하나둘 연꽃이 수줍은 듯 얼굴 붉히며 곱게 피어나고 있다. 바로 옆 미타선원 입구의 작은 연못 속칭 괴양못에도 노랑어리 연꽃이 연못 가득 흐드러지게 피어 물위에 수많은 요정이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이처럼 노랑어리 연꽃의 아름다움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많은 관광객이 노랑어리 연꽃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내면서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제주에서는 가장 크다는 연화못 물위에 얼굴 붉게 물들이며 수줍게 핀 연꽃은 마음의 안정과 평화로움의 감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세상의 걱정이랑 뒤로 하고는 더없이 평화롭고 웬만한 동요에는 흔들리지 않고 유유히 물가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연꽃의 평화로움도 거저 얻어지는 건 아니다. 연꽃은 남들이 살지 않은 물가의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여기저기 뿌리줄기를 뻗어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고, 잎은 물 위에 가볍게 뜨게 하고, 산소가 들어오지 않는 물속에서 숨을 쉬느라, 그 고통으로 뿌리며 줄기에 구멍이 숭숭하다.

우리의 세상살이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참으로 고달프고 벅차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스스로를 느끼며, 내 삶의 간난(艱難)함과 무관하게 화려하고 풍성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욱 큰 외로움과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크고 작고 길고 짧음의 차이일 뿐, 제각각의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이라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도 진흙 속에서 싹을 틔워 피어난 연꽃처럼, 그렇게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충만하게 아름답고 의미 있게 엮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연못 가장자리와 정자를 잇는 목재 산책로를 따라 정자 가까이 가는 순간 연꽃 향기가 진동하고 보면 볼수록 고운 자태가 자꾸 시선을 연꽃에 머물게 한다. 그래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그 잎과 꽃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고귀한 자태가 너무 아름답다 하여 꽃 중의 꽃이라 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연꽃의 의미는 청정함을 의미하고, 시궁창 진흙 속에서 피어났으면서도 꽃과 연잎이 더러워 지지 않고 번뇌 속에 있으면서도 번뇌에 휘둘리지 않으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에서 배운다고 한다. 혼탁한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청정함을 지킬 수 있음을 알리려는 것은 아닐까!

연꽃에는 처음부터 연밥이 담겨 있다. 이점에서 출발점과 도착점, 바램과 성취, 원인과 결과가 둘이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원인과 결과, 즉 이는 인과 관계를 의미한다. 몇 년 전에 모 재벌의 막장 드라마를 리얼 뉴스로 보면서 죽기도 전에 자식 간의 재산과 회사 운영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다툼에 자신의 뒷모습을 봐버린 93세의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유추해본다. 그래서 더욱 내가 지금 서 있는 모습과 떠나는 뒷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하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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