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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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흔히 ‘자식은 웬수’라고 한다. 전생에 원수였던 연인이 자식으로 태어난다는 환생 이론도 있다. 그래서인가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버릴 수도, 무관심할 수도 없다. 안 보겠노라 백 번을 다짐해도 자식이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게 부모다.

세상사 이치를 보면 누구나 한때 자식이었다가 부모가 되는 순환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부모 자식 간 인연이 늘 매끈하게 맺어지고 끊기는 게 아니라는 건 비극이다.

노인 대상 경제적 학대 사건의 제1 가해자는 아들이라고 한다. 그래도 부모는 어쩔 수 없다. 어느 영화에선 상속에 눈이 뒤집힌 아들의 칼을 맞은 어머니가 아들이 붙잡힐까 봐 증거를 삼키고 숨지는 장면이 나온다. 비단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닐 성싶다.

▲우리 사회의 노인학대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보고서가 눈에 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제적 학대 가해자 466명 중 361명(78%)이 피해자의 친족이라고 한다. 이 중 아들이 205명(44%)으로 가장 많았다.

노인 의사에 반해 재산이나 물질적 권리를 빼앗는 걸 ‘경제적 학대’로 본다. 아들에게 명의를 도용 당해 집을 잃거나, 수십 년 모아둔 기초생활수급비를 딸에게 빼앗긴 노부모들의 사연 또한 가지가지다.

문제는 피해 노인들이 ‘내 가족이 한 짓’이란 생각에 신고를 망설인다는 점이다. 설령 신고하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다. 한국은 ‘친족상도례’ 원칙에 따라 가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선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해야 기소가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만 있는 제도라고 한다.

▲노인 부양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는 세태다. 60대 이상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에선 “재산을 미리 상속해 주지 마라”는 조언이 나돈다. 관리할 노후자금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나 기초연금조차 빼앗기는 노인들의 삶은 처연하다.

앞으로 30년의 세월이 흐르면 지금의 30~40대도 노년층에 합류한다. 평균연령이 늘어 그때가 돼도 지금의 아버지 중 상당수가 살아 있을 터다. 부모 자식이 그렇게 함께 노인이 된다는 말이다.

지나고 보면 엉겹결에 40이요, 자고 나면 또 50이다. 그렇기에 노인문제는 지금의 젊은 세대, 자신들에 대한 물음이요 이 땅의 모든 이들의 과제다. 노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후대도 살기 좋은 세상임을 아로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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