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삽서! 자리 자리가 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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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섬은 사면이 바다다. 

여름바당에 점 하나가 떠 있는 데우를 만난다. 통나무로 엮어 만들었던 뗏목배 지역마다 ‘떠배’, ‘터위’, ‘테우’라고 불렀던 이름이 조금 달랐다.

바람 한 점 없고 고기잡이 하기에 좋은 날이로구나. 혼자 중얼거리며 선창가로 향하는 어부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테우는 낚시를 하거나 해조류를 채취해서 운반할 때 사용했던 ‘테우’가 자리잡이 때도 이용하고 있었다. 

가까운 바당에 둥근 그물을 긴막대에 세워 지렛대처럼 기울이며 물속에 잠기다 싶더니 금방 끌어올린다. 떼 지어 놀던 자리돔이 사력을 다해 나 살려달라고 튀어보지만, 이미 그물을 타고 올라온 자리는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선창에 들어서서야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다.  

살졌져! 이놈바라 통통하구나. 저놈은 알도 벴네. 보리가 익어가는 6월에 접어들면 자리가 제일 맛이 난다고 어부들의 얘기다. 한창 어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쯤에 구리 빛으로 몸이 타오른 동네 스무 살 난 청년 선배가 선창을 출발하더니, 자리밭에 도착한다. 수영의 대가 조오련 선수처럼 헤엄치는 일이라면 어느 누구하고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은 수영선수였으니까. 선창에서 출발해서 7~8㎞를 느긋한 마음으로 개구리 헤엄으로 자리밭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동생들 자리 한 마리 먹고 싶다는 말에 선배가 기지를 발휘해 베풀었던 사랑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동냥하러 온 청년을 그냥 돌려보낼 어부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처지었으니까.

강회도 좋고 물회도 그만. 식성에 맞는 대로. 굵은 소금 뿌려서 석쇠에서 구우면 구운 대로, 졸임도 일미요, 소금에 저린 자리젓 또한 저장식품으로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식품으로 요긴하게 식탁에 올랐다. 

자리에 대해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 마을 앞바다에서 잡히는 ‘자리’가 역시 최고라고 내 세운다.  속담이 돼버린 것처럼 전해지고 있는데, 남쪽지역사람과 북쪽사람들을 말싸움 붙이려면 ‘옥돔’을 화제로, 동쪽사람과 서쪽사람을 말싸움 붙이려면 ‘자리’로 화제로 삼으면 된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지만, 어느 주장도 감히 단정하지 못하리라.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쉽지 않게 눈에 띄었고 감상의 대상물이었던 포구의 ‘테우’ 이제 박물관에서나 만나볼 수 있으려나. 

보리가 익어가는 철에 많이 잡힌 자리돔을 아낙네는 대바구니에 담아 등짐을 지고 마을을 돌면서 구성진 소리로 장사를 벌였던 ‘ 자리가 와수다, 자리 삽서, 자리가 와 수다. 자리 삽서. 외치던 구성진 그 소리. 꿈에서나 들을 얘기고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한 폭의 동양화가 되어버렸다. 아!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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