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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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남자를 늙게 만드는 네 가지는 ‘공포·분노·자녀·악처’, 자신있게 하는 세 가지는 ‘좋은 가정·좋은 처·좋은 옷’이라는 말이 있다. 여자에게도 좋은 남편은 자신감, 나쁜 남편은 주름을 가져다줄 게 틀림없다. 실제 결혼에 따른 스트레스가 50점이라고 할 때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99점으로 자녀 사망 98점, 부모 사망 97점보다 높다고 한다. 남녀 모두 이혼하면 평균수명이 8~10년, 사별하면 20년 이상 짧아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특히 한국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 사망이란 말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사별자나 이혼자는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남녀 공히 좋은 배우자를 만나 잘사는 게 젊고 신나게 사는 비결이라는 이야기다.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아 갑자기 왜 말이 없나.”

가까울수록 이별의 슬픔은 배가된다고 한다. 어느 해 여든을 눈앞에 두고 상처한 김춘수 시인의 애통함이다. 아내가 곁을 떠난 지 꼭 2년이 됐지만 아직도 밥상을 차려놓고 어디로 잠시 외출한 듯하다. 먼저 세상을 뜬 아내의 빈 자리를 견디지 못하는 팔순 시인의 심정이 구구절절 담겼다. 60년을 해로한 아내가 숨지자 식음을 전폐하고 닷새 만에 뒤따라간 김상옥 시조시인의 사부곡(思婦曲)도 눈물겹다. 15년간 휠체어에 의지해온 그를 극진히 보살펴온 아내가 없는 세상을 노시인은 하루도 살 수 없었을 터다.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사무침이다.

▲배우자를 잃은 후의 상실감이 몸 안 염증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라이스대 연구진이 지난 1년간 배우자를 잃은 35~84세 성인을 상대로 심리 상태를 분석했더니 스트레스 받는 상황 이후 혈중 염증물질 양이 1시간 만에 45% 증가했다. 배우자를 잃은 슬픔이 급성 스트레스를 넘어 염증 반응을 촉진, 심장 질환과 조기 사망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이혼율이 세계 최고인 우리 현실은 노시인들의 사랑 앞에서 너무나 부끄럽다. 100세 시대를 넘어 곧 ‘12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한다. 배우자가 떠난 빈자리는 누가 메워야 하나. 나이 든 아내가 무섭다고만 할 게 아니라 곁에 있을 때 이해하고 사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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