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심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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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재미있는 것 같네요.” 어르신이 무릎을 곧추세우고 보행로 한쪽에 앉아 있다. 보행로 바닥에 앉아 있었지만, 우리는 어르신이 학교 운동장의 아이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은 걷다가 적당한 곳이 없으면 맨바닥에 앉아 쉬는 경우를 가끔 봐 왔기 때문이다.

지인이랑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주차하고 나오는 길에 마주한 일이다. 한 30분 정도 일을 보고 돌아오는데 아직도 어르신이 그 자리에 그 자세로 앉아 있다. 여기에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를 설치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데, 지인은 그게 아니다. 얼른 어르신에게 다가가 어떻게 여기 앉아 있는지, 언제부터 여기에 앉아 있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어르신 상태를 확인한다.

새마을지도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심히 살피는 모습이 역시 지도자답다. 남은 일정이 있어 어르신을 모셔다드릴 형편이 안 되자, 지인은 얼른 지역 파출소에 전화해 순찰차 지원을 요청한다. 잠시 뒤에 순찰차가 도착했고 어르신을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함께 협조한다.

어르신은 인근 마을에 거주하고 업무를 보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택시를 이용해 귀가하려 보행로에 앉아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오전에 택시 타고 여기로 왔다고 하니 최소 5시간은 이런 자세로 앉아 있었다는 게다. 지금은 건물로 그늘이 생겼지만, 그사이 해도 지나가고 점심때가 지나 곯은 배를 달래며 불안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해 온다.

두 달 전 묻지 마 폭행으로 무고한 시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를 보고도 행인들은 외면했다. 보도된 기사를 보면 그 시간에 길을 지나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고 직후 피해자를 발견하고 바로 신고만 했어도 죽음만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헤아려 볼 뿐이다. 무관심이 부른 비극이었다.

역지사지로 상대를 헤아리는 지인의 행동에 감동한다. 어르신이 도움의 뜻을 비치자 순찰차를 기다리는 동안 불편한 곳은 없는지, 점심 식사는 하셨는지, 가족과 통화는 가능한지, 대화하며 어르신을 안심시킨다. 지인의 관심에 마음이 편해졌는지 물어보는 대로 거리낌 없이 대답하는 어르신이다. 다행이다. 누군가 주의를 두지 않고 무심히 지나쳤다면 불상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 요청을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만약 지인이 눈길을 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으니 갑자기 심장이 쪼그라지는 듯하다, 점심도 걸러 몹시 허기졌을 텐데.

개인주의로 이웃에 관한 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희망을 심어 줄 수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 지원을 연결해 줄 수도 있다. 그날 지인의 처신을 보며 관심과 직접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임을 깨닫게 한다.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작은 관심에서부터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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