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결핍과 숲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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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 논설위원

하루만이라도 집안에 묶여 특별한 일 없이 지내면 답답해진다. 오히려 피로감이 쌓여 몸을 짓누른다. 머리가 무겁거나 둔해진다. 정신이 흐릿하거나 어지럽기도 하다. 이런 생활이 계속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자연과 차단된 콘크리트 건물 내 공간에서 갇혀 생활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일 수 있다. 실제 현대인들 상당수는 하루 평균 70% 이상 실내에서 생활한다는 통계가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은 혼자만의 실내 생활을 키웠다. 학교나 경기장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제한했다. 일부 공공시설·식당·사우나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보다는 재택근무를 도입하기도 했다.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가는 대면 문화가 거의 차단됐다. 혼자 생활하는 개인 중심 문화에 젖어 들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실내 편리생활에 젖은 고도의 산업화와 도시화 부작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노조절 장애는 물론 우울증 인구 역시 1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만큼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혼자 해결해야 하는 정신적 부담이 커지고 있음이다.

그렇다고 실내 생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실내에 익숙해진 생활습관은 오히려 야외활동을 귀찮게 만든다. 이는 결국 야외환경과 멀어지고 숲과 단절하는 결과를 낳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몸속 에너지를 갉아먹으면서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마치 은행에 맡겨 둔 금액에서 수수료가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미미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쌓이고 쌓여 질병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연결핍에서 오는 정신건강 장애이기도 하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주의력 결핍, 슬픔과 절망감, 자살 충동 등이 그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알게 된 저널리스트 리처드 루브는 ‘숲속의 마지막 아이’ 저서에서 처음으로 ‘자연결핍장애’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감각 능력이 줄어들고 주의력 장애는 물론 신체와 정신적으로 질병 위험이 증가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볼 때 자연결핍장애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숲을 통한 치유방안이 중요해지고 있다. 숲이 주는 육체적·정신적 치유 효과는 이미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숲치유 인자로부터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집중력 향상, 신체적 건강, 자기 효능감 향상이 이뤄진다.

환경심리학자들의 주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숲이 우거진 곳에서 특정한 일을 할 때 집중력이 향상된다. 나무와 접촉하면 복잡한 놀이도 쉽게 풀어낸다. 행동 조절력이나 민첩성이 높아진다. 신체적이나 정신적 능력도 높아진다. 창의력까지 발휘된다.

이에 서귀포시산림휴양관리소의 발 빠른 대응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정책디자인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숲치유 건강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관광공사에서는 숲치유관광 등 웰리스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례 제정 움직임은 물론 숲치유 건강 관련 연구용역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주 청정 자연환경을 응용한 다양한 숲치유 건강정책들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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