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양길주 칼럼니스트

요즘 우리나라에는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들 한다. 인간은 본래 편한 현실에 안주하고 싶도록 설계되어 태어난다고는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지난 시절은 각자도생의 삶이었다. 일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일을 선택해서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근면성이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수많은 복지 혜택 때문인지 일 자체를 싫어하고, 힘든 노동은 피하려 한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을 오히려 비웃기까지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같은 편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게 현명한 삶이라 여긴다. 그러니 공장이나 농어촌 작업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들어찼다. 이런 현상들이 집단 사고로 이어지며 ‘영끌’과 ‘빚투’란 용어를 낳고, 가계 부채 세계 1위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노년의 고통 중 ‘무위고(無爲苦)’란 게 있다. 할 일이 없어서 겪는 고통이다. 젊은이들이 이에 해당이 된다면 그 고통은 더 심할 수도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남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혼자 빈둥거려야 할 테니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일은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일에 파묻혀 사는 경우가 많다. 일에 심취해서, 일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요행을 바라며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외양으로는 번듯하게 보일지 모르나 속마음은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요행이란 원한다고 따라오는 게 아니다. 어쩌면 영영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인생 한탕을 고대하며 불안과 초조 속에 살아야만 한다. 반면에 일터에서 땀 흘리며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 밤을 지새우면서까지 자기 일에 몰두하여 달인의 경지에 이르는 사람들도 많다. 일이 즐거움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례들이다.

세계 기업인들이 ‘경영의 신’이라 부르는 이나모리 가즈오도 그의 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2022, 다산북스)’에서 “노동은 인간에게 숭고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생계에 필요한 양식을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연마하는 행위이다. 정성을 다하여 일하는 것은 인간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인격을 높여주는 수행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진리와 만나게 된다.”고 설파했다.

지금은 일하지 않고 사는 삶을 부러워하는 세태다. 그렇다고 그런 삶을 지혜로운 삶이라 할 수는 없다. 누구나 멋있고 의미 있는 삶을 원한다. 그것을 실현하는 생각이나 방법은 각자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일하며 사는 삶과 놀면서 사는 삶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일까? 깊은 사고나 성찰 없이도 ‘일하는 삶이 더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쯤은 세상살이 과정에서 누구나 저절로 깨닫게 되는 상식 수준의 논의거리다. 우리의 삶은 일을 통해서만이 그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일의 의미와 가치는 삶과 인생으로 이어지며 ‘의미 있는 삶’, ‘가치 있는 인생’으로 승화시켜준다. 일해야 하는 이유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