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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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용두사미다. 시작할 때는 거칠 것 없이 호기를 부리면서 당당하더니 16년이 지나는 동안 사업계획의 반도 마무리를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지갯빛 화려한 관광단지 조성 사업 계획을 앞세워 어수룩한 행정으로부터 승인받은 최초 사업시행자는 9년을 버티지 못했다. 이후 물려받은 업체도 7년이 지나는 동안 끝이 아득한 목표를 향해 허우적거릴 뿐 언제쯤 목표지점에 도착할지 가늠키 어렵다.

묘산봉 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제주도가 전국 굴지의 관광지를 계획하고 여러 지역에 큰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끼인 곳이다. 김녕리 남서쪽에 위치한 묘산봉 뒤로 130만여 평의 드넓은 땅은 설촌 이래 농경사회에서 우마를 방목하던 목장지이다. 겨울철에 외양간에 갈초로 관리하다가 새봄에는 전 주민이 나서서 담장을 새롭게 정리하고 방목했다.

우마를 사육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어르신과 젊은이가 어울려 소를 돌보며 주고받은 수많은 이야기가 널린 곳이다. 비록 도유지라 해도 설촌 이래 관리해온 특수지역권을 쉽사리 포기하고 내어 주기가 어려웠지만, 마을의 도움이 된다는 행정의 청사진은 끝내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청 앞에 이민 모두 총동원 궐기했다. 행정은 기다렸다는 듯 사업시행자까지 선정 일사천리 진행되었다.

마을과는 단조로운 상생발전 협약서가 유일했지만, 행정에 부응한 책임자는 큰 전과를 올린 기세다. 우마 방목이 사라진 후 더욱 울창해진 수목과 우마를 찾기 위해 오르던 돌 동산이 중장비 굉음에 우지직 와르릉 맥없이 사라졌다. 파괴를 전제로 개발이 되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눈으로 보면 너무나 안타깝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파괴한다는 데 별다른 방법은 없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 묘산봉 관광단지 사업 시행자가 헐값에 행정으로부터 도유지를 매입하고 타 업체에 이익을 남겨 먹튀 하려고 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을 내건 측은 마을과 협약서를 체결하고 사기까지 한 최초 사업 시행자와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 사업 시행자는 단지 내 일정 부분은 전문경영 업체가 필요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영입하여 자금을 확보, 미진한 부분의 준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역설이다.

마을의 책임자는 기록물에 의해 행정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협약서 내용에는 사업 시행자가 투자자를 유치하는 경우 협조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더니 업자와 거래한 것처럼 호도하고 책임을 거론한다. 관계 행정을 찾아 답을 여러 차례 구했으나 차후 심의기구에서 결론이 나고 지금은 답을 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업 시행자가 주민설명회를 열고 성심껏 설명한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반대하던 측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반대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규합하는 모양새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주민 간에 갈등의 폭이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총회를 소집하여 가부 결정을 해야만 했다. 선거 때 표를 먹고 사는 선량의 모습도 관계 행정 책임자의 모습도 분쟁의 현장에서는 보기 힘들다.

분쟁 시 행정지도가 선행되었으면 좋겠다. 사업계획도 좋지만, 사업 시행자 선정은 심사숙고하여 사업 능력뿐 아니라 자금력까지 돋보기로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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