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중복(中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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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 논설위원

오늘은 중복입니다. 초복·중복·말복을 삼복(三伏)이라 하지요. 초복은 하지로부터 3번째 경일, 중복은 4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부터 첫 번째 경일을 말합니다. 삼복은 24절기와는 무관한 잡절입니다.

따라서 복날은 열흘 간격입니다. 이때를 '삼복더위'라 하며 1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때이지요. 지난날엔 삼복 때 더위를 피하려고 계곡을 찾아 보신탕이나 삼계탕 같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며 몸보신했습니다. 또한 더위와 질병 예방으로 팥죽을 쑤어 먹기도 했답니다. 전라도 지방은 밀전병이나 수박을 먹었고, 충청도는 복날 새벽 우물물을 길어다 마시며 복을 빌었다고 하네요. 해안지방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로 더위를 물리칩니다. 옛날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었지요. 부채로 햇볕을 가리거나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식혔습니다.

중국의 사기(史記) 진의 덕공(德公) 2년에 비로소 삼복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진·한나라 이후 삼복을 숭상하여 한때 조정에서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눠 주었으며, 민간에서도 더운 여름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육류나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답니다. 우리나라는 삼계탕, 장어 같은 여름 보양식 소비량이 많은 시기입니다. 무더위로 열량 소모가 많아 고기와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 보양식을 먹는 풍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동국세시기에 삼복에 육개장, 전복죽, 추어탕, 설렁탕, 용봉탕, 장어, 민어, 흑염소 같은 각종 보양식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궁궐에서는 삼복에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에서 피, 기장, 벼를 올려 제사를 지내거나 고위 관직자들에게는 관의 빙고에서 얼음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고 하네요.

한자 복(伏) 자는 개 옆에 사람이 있는 모양으로, 사람이 개를 잡아먹는 모습입니다. 예부터 복날에 개를 먹었다는 방증이지요. 삼복에 대표적인 보양식은 삼계탕입니다. 이는 닭과 함께 대추, 인삼, 잣 같은 다양한 재료를 넣고 끓여냅니다. 고열량식이며 인삼의 강장효과와 찹쌀의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효과로 몸의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요즘은 복날에 설렁탕도 먹습니다. 소고기의 살과 뼈를 뽀얗게 우려내어 만든 설렁탕은 보통 10시간 이상 끓여 우려낸 육수로 만들며 고단백으로 아미노산, 칼슘, 마그네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도 팥죽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복날 음식입니다. 귀신과 더위를 물리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날 제주 사람들은 음력 6월 20일을 닭 잡아먹는 날로 이날 몸보신을 했습니다. 병아리 때부터 집 마당에서 키워, 지네도 쪼아먹으며 자란 닭은 허리통증이 있는 환자가 먹으면 좋다는 민간 속설로 전해 옵니다. 전통적으로 먹던 복날 보양식은 거의 이열치열로 구성된 것이 특이합니다.

요즘은 냉방 시설이 좋아 특별한 날을 찾아 영양소를 보충하지 않으려 합니다. 풍족한 현대 사회에선 복날 음식을 챙겨 먹지 않아도 됩니다. 복날은 지난 시절 영양 섭취가 넉넉지 못했을 때 더운 날 기력보충을 하려는 의도로 시작됐습니다. 굳이 복날이 아니라도 항상 단백질과 영양분을 섭취하기 쉽습니다. 젊은이나 기성세대들은 무더운 날 땀 흘리며 뜨거운 걸 먹지 않으려 하지요. 간편한 냉면, 시원한 음식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 갑니다. 땀 빼고 체온 낮추는 시원한 음식을 즐기는 추세입니다.

중복,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서두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물러가겠지요.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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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아빠 2022-07-27 19:58:15
좋은글 감사합니다

두리맘 2022-07-27 19:50:57
복날 한자가 사람인변에 개견자인걸 첨 알았어요
놀랍고 신기하네요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