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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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 논설위원

‘불확실한 시기에는 엄마처럼 생각하면 위기에 대처하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방식이 된다. 그러면 변덕스러운 소수보다 다수의 필요성이 우선시되고, 고통 너머를 보게 되어서 보다 나은 세상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디에선가 읽었는데 의미 있게 다가왔다. 발달된 기술로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인류는 위험요인들을 쌓아놓고, 사회적 편견은 완화되고 있지만 가족과 모성에 대한 태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 김유정이 그려낸 당시 시대상을 보다가 그런 느낌이 더 강해졌다. 1908년 강원도에서 태어나 대한제국과 일제 강점기를 살다가 1937년에 요절한 김유정의 주인공들은 가난하고 무식한 소작농들이다.

당시 여성들은 아버지의 재산과 같으며, 대가를 지불하고 남편이 데려가면 그의 처분대로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인권 보다 생존을 위해 협력하도록 길들여져서 가축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식이 생기면 부양하려고 갖은 애를 다 쓰는 여성들이다.

그들의 심성을 김유정은 수필 “강원도 여성”에서 타고난 의젓함과 때묻지 않은 천성으로 예찬한다. ‘교통이 불편하여 문화에 농락 되지 않는 곳에 생활은 허식이 없다, 기교나 화장 등 인공적 협잡이 없고. 타고난 그대로 튼실한 이목구비가 싱싱하고 실팍한 원시적 인물이다. 그들은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그릇을 주거나 또 받아 마시는 것은 그저 마땅한 일이지 구구절절 인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인사치레로 간실간실 살지 않고, 무뚝뚝하여도 정이 많다’

여러 면에서 발전된 세상을 사는 우리는 이런 심성도 멀어진 것 같다. 말꼬리를 무는 의미 없는 언행이 삶을 도배하고 축복처럼 보이는 발전 속에 재앙의 씨들이 들어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우주가 고요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인류가 쏘아 올린 것들 대부분이 쓰레기가 되어서 지구 궤도를 고속도로처럼 돌며 언제 불덩이로 지구에 떨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자연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편집 영역에서 인간성을 위협하는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그 도구와 기술로 인류를 말살시킬 치명적 바이러스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가상현실을 이용한 증강현실과 혼합현실은 확장현실로 진화 중이라는데, 증강현실은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로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부가정보를 갖도록 한다. 가상세계를 합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며 현실세계를 가상세계로 보완해 증강현실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거리를 비추면 인근의 상점이나 건물의 전화번호 등이 영상에 비치거나, 상품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가격정보가 나타나는 것 등이 그 예라고 한다.

증강현실 기술로 물류 창고에서 휴대전화에 그려지는 지도를 이용하여 물건을 찾고, 의료진은 어려운 수술을 하기 앞서 증강현실로 미리 해보며, 집에 가구를 가상으로 미리 배치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더 나아가서 방대한 자료로 구축된 확장 현실 속을 돌아다니며 우리는 몸과 분리된 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것을 실제처럼 느낄 것이라고 한다. 피가 흐르는 따뜻한 몸을 빠져 나가 확장현실 속을 떠돌면서 인류는 초라한 현실이나 자신을 피해서 아바타 뒤에 숨어버릴지도 모른다.

어떻게 달라진 세상을 맞을지 모른다 해도, 자식을 지키려는 엄마의 자세, 인류를 지탱해 온 가장 강력한 힘인 엄마의 마음으로 상황을 판단하라는 말은 어쩐지 괜찮아 보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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