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기대인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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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논설위원

2001년 3월 9일 제주시 애향운동장에 3만여 명의 도민이 모였다. 아마 제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모였던 게 아니었나 싶다. 이날 제주에서 필수 교통수단인 국내선 항공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4가지 요구사항을 대통령과 국회의장, 3당 총재에게 건의했다. 당시 열기는 대단했다. 비행기 값이 비싸면 배로 가던가, 타는 횟수를 줄이던가 하면 될 일인데 이렇게 할 필요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인플레가 지속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진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명목소득은 그대로지만 실질소득이 줄어든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인플레가 내 돈을 강탈해 간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악마라고 한다. 이 악마가 숨기고 있는 발톱이 바로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높은 물가수준이 장기화되면 시민들은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게 되고 이 기대심리가 실제 물가를 끌어올린다. 주변 물가가 오르면 너도 나도 덩달아 물가를 올린다. 그렇게 되면 내 월급과 우리아이 성적 빼고 다 오른다.

지자체 수준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할 일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할 게 많다. 지역사회에서의 물가 심리안정, 즉 기대 인플레를 잠재우는 일이 물가잡기의 핵심이다. 그러려면 먼저 지역사회와 도민에게 지금의 경제상황을 솔직히 알리고 양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민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자체 의지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지자체가 솔선하고 기업과 가계가 함께 물가잡기에 나서야 한다.

그 다음 주요 물가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펼쳐야 한다. 얼마 전 제주지역 주유소 기름 값이 전국평균보다 낮게 형성되었다. 업계에서는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조만간 원상회복이 될 거라 전망했다. 이를 보면서 제주지역 기름 값을 전국평균보다 낮게 할 여지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제주는 물류비 때문에 당연 기름 값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공선률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거리상 단가로만 보면 육상물류비에 비해 해상물류비가 저렴하다. 그렇다면 물류비와 함께 유통구조나 가격(마진)구조에 틈새가 있는 건 아닌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주요 물가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수다. 그러나 감시라는 용어는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예전 경험한 바가 있어 하는 말이다. 민간주도로 전 도민이 함께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해 가자는 취지가 무난해 보인다.

물가안정이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물가안정이 바로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물가를 잡았다고 민생경제가 금세 회복되지는 않는다. 성장은 별개다. 물가잡기 뒤에는 경기침체, R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올수도 있다. 따라서 물가와 성장 둘 모두를 위해서는 경제의 디지털화가 중요하다. 물가안정과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기침체를 넘어 새로운 성장을 위해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요구된다. 전 산업의 디지털화로 생산성을 높인다면 물가 안정과 지역경제 성장을 같이 이룰 수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 성숙도를 높이고, 특히 서비스업 디지털화로 생산성을 높인다면 물가상승 압박을 줄일 수 있다. 경제의 디지털화로 생산성을 높이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그래야 민생경제회복에 올인 하는 지금의 정책적 노력이 조만간 결실을 볼 수 있다. 언제까지 뒤치다꺼리로 끝나지 않고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제대로 마련하는 회심의 한 큐가 될 수 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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