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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위로 함께 전국 각지서 제주를 찾는 피서(避暑)객들이 하루 평균 4만명을 넘고 있다.

고전에서 ‘피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빙병육병(氷屛肉屛)’ 일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양귀비의 오빠 양국충은 얼음판으로 산수(山水)며 십장생(十長生) 등을 조각한 병풍인 ‘빙병’을 두르고 술을 마시다 방이 너무 차가워지면 애첩 10여 명의 옷을 모두 벗긴 후 자신 주변에 둘러앉힌다. 그 여인들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주변을 덥히기 위한 것으로 이른바 ‘육병’이다. 후세에 사치와 과소비로 나라가 망해가는 모습을 ‘빙병육병’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명나라 황궁인 여릉궁(廬陵宮)에는 더위를 피하는 양전(凉殿)이라는 전각이 있었다고 한다.

왕이 앉는 자리 뒤쪽에 물레방아 선풍기가 돌아가고, 전각 내 네 구석에는 얼음으로 빙산(氷山)을 세우고, 그 얼음산에 폭포모양으로 물을 흘려보내 전객 내를 시원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중국 당나라 때 ‘극담록’에는 신라의 ‘백룡피(白龍皮)’가 등장한다. 당나라로 유학 간 신라 스님들이 가지고 간 백룡피를 방안에 깔고 물을 뿌리면 냉기를 뿜어 방안이 시원해진다고 전한다. 또 시원한 바람이 절로 나서 방안에 냉기가 가득 찬다고 알려진 신라의 부채 용피선(龍皮扇).

‘흥부전’에서도 흥부가 턴 박에서 이 용피선과 밖에서 들어오는 더운 바람이 발에 닿으면 찬바람으로 변해 방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는 자초장(紫綃帳)이 등장한다.

빙병육병, 용피선 등은 서민들에게는 언감생심 (焉敢生心). 조선 시대의 세시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 유월조(六月條)에, ‘삼청동 남북 계곡에서 발 씻기 놀이를 한다(三淸洞……. 南北溪澗 爲濯足之遊)’는 기록이 있다.

한여름에도 뙤약볕 아래서 논일, 밭일 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힘든 서민들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나 등목이 유일한 피서였을 것이다.

올해는 6월 말부터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무더위가 일찍 시작됐다. 게다가 지난 6월 2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한 달 넘게 이어진 장마기간에도 제주시지역 강수량이 겨우 197㎜로, 장마기간에도 폭염특보와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무더위가 이어졌다.

이 같은 밤낮 없는 찜통더위에 더위를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지역 온열질환자는 2017년 81명, 2018년 96명, 2020년 66명, 지난해에는 65명이다. 올해도 지난 21일까지 3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27명에 비해 22.2%가 늘었다.

뜨거운 햇볕 등에 장시간 노출됐을 경우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온열질환은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2017년과 2020년에는 각 1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온열질환자 대부분이 체력이 약한 노년층인데, 지난 20일 외도동에서 자전거를 타던 20대 남성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119에 도움을 요청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젊은이들도 걸리고 있다.

푹푹 찌는 무더위, 모든 사람들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에서 일하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 흔한 선풍기 바람도 쐬지 못한 채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밭, 건설현장 등 야외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생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이들이 더위에 쓰러지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등 개인 건강관리에 유념했으면 좋겠다.

이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빗줄기가 간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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