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평리 말발자국 바위와 거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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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애월문학회장

올해 봄 성산읍 온평리에 간적이 있다. 온평리에 간 이유는 연혼포(延婚浦)에 있다는 ‘디딤팡돌’을 찾기 위해서였다. ‘디딤팡돌’이란 삼성신화상의 벽랑국 세공주가 ‘황루알(연혼포)’에 이르러 뭍으로 올라올 때 처음 발을 디뎠다는 바위라고 한다.

필자는 가끔 제주 곳곳에 산재한 기암괴석과 바위 현장을 찾아가 느낌과 감정, 제주인의 삶의 터전과 문화 현장을 나름대로 살피고 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이 ‘디딤팡돌’을 찾고자 했으나 물때를 잘못 맞춰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온평리 환해장성을 갓 지나면 온평포구 동쪽 편에 벽랑국의 3공주가 목함을 타고 도착했다는 해안인 ‘황루알’이 있다. 세공주가 해안에 상륙하던 저녁 무렵의 ‘황금빛 노을’을 뜻하는 이곳을 ‘쾌성개’라고도 부른다. 이곳에는 ‘延婚浦’라고 새겨진 현무암 바위의 비(碑)가 있다. 그 앞 해안을 보니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이 포근한 모습이다.

그날 디딤팡돌을 찾고자 연혼포 주변 해안을 이리 저리 헤매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할머니가 나가라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육지로 나와 할머니가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 할머니는 바다에 내려가면 안 된다고 한다. 왜 안 되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요새 성게가 커가는 중인데 관광객들이 해안으로 내려가 채취해 갈까봐 번을 서며 지키고 있다는 말을 한다. 성게를 잡으러 온 것이 아니라 말발자국 바위를 찾으러 내려갔다고 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할머니는 그 바위는 여기는 없고 서쪽으로 200m쯤 가면 있다고 한다. 알고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바위인데 몇 해 동안 찾지 못했던 바위를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그날따라 물때를 잘 맞춰서인지 찾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처음 이 바위를 찾고자 한 이유는 신화속의 바위인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곳은 마치 계단을 놓은 것처럼 층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다. 그 앞에는 ‘오통’이라는 물웅덩이가 있다. 황루알과 연이어 있으면서도 주위의 다른 곳보다 수심이 깊어 물이 짙푸르게 보이고 둥그런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말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바위는 썰물 때에만 볼 수 있다. 암반에 새겨진 말발자국은 용암의 표면에서 형성된 큰 기공이 마모된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신화 속에 마차를 끌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쉬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에서 온평포구 동쪽에는 온평리 해안의 명물이기도 한 거북바위가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이 거북바위를 보면 바다 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거북이 형상을 한 바위를 볼 수 있다. 아마도 벽랑국 세공주를 따라 헤엄쳐 온 거북이가 이곳 온평이 온화하고 평화로운 것이 마음에 들어 머물었던 것이리라. 어쩌면 이 거북바위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안개가 낀 날 거북바위를 보면 거북이 한 마리가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부터 거북은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이고, 풍요의 영물이라 하여 상서롭게 여겼다. 온평리 거북바위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의 소박한 솜씨와 소박한 마음으로 빗어진 자연 조형물이다.

이 거북바위는 마을의 안녕을 가져다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하며 오늘도 제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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