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군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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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니 내 누군지 아니?”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에 나오는 대사다. 조선족 조폭 두목 ‘독사’가 한 말이지만, 많은 이들은 상대역인 ‘장첸’의 대사로 기억한다. 그만큼 장첸 역을 맡은 윤계상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장첸은 이 말을 듣자 “돈 받으러 왔는데 뭐 그것까지 알아야 하니?”라고 하며 살기 어린 눈빛을 내뿜는다. 그러면서 무자비하게 독사를 찌르고 신음하는 그에게 “누구니? 말해봐”라며 되묻는다.

조폭을 둘러싼 범죄 세계의 상황을 설정했기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우리네 일상사에서 처음 보는 이에게 ‘니’라고 반말하며 “내 누군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오만한 처신이다.

예전에 한 국회의원이 대리운전기사에게 “내가 누군 줄 알아?”라고 했다고 여론으로부터 호된 뭇매를 맞았다.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건방짐, 갑이라는 권위 의식, 협박조의 신분 과시 등에 민심이 들끓었다.

▲사실 인간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존재 가치 따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욕구(認定欲求)가 강렬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Maslow)는 인간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내세우면서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를 맨 먼저 채우려 한다고 했다. 이 욕구에 어느 정도 만족하면 안전해지려는 욕구를, 그다음엔 사랑과 소속의 욕구, 즉 인정의 욕구를 추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정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와 함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지나치면 ‘관종’ 소리를 듣는다. “내 누군지 알아, 이런 사람이야”라며 관심과 이목을 끌고자 하는 욕구가 병적인 수준에 이른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은 ‘관종의 조건’이란 책에서 관종을 극단적인 행위로 규정한다. 올바르게 관심을 끌려는 ‘관심 추종자’와는 다르다고 했다. 관심 추종자가 되려면 협력성과 진실성, 적절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직전 대표를 ‘내부 총질자’로 규정한 메시지가 들통난 후 국민의힘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자기들끼리 삿대질하며 양두구육(羊頭狗肉), 혹세무민(惑世誣民), 앙천대소(仰天大笑)라며 여러 사자성어까지 동원했다. 급기야 관종(관심종자)까지 등장했다. 천둥벌거숭이가 따로 없다. 이젠 오만한 소리를 들어도 민심이 묻고 싶다. “내 누군지 아니, 늘 호구로 보이니”.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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