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공행상 소문은 사실이었다
논공행상 소문은 사실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재범 편집국장

논공행상(論功行賞)이 오영훈 제주도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 도정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한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선거 공신을 우선하던 과거 도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논공행상은 공적의 크고 작음을 논의해 그에 알맞게 상을 주는 것이다. 그 의미 그대로 업무 성과를 평가해 공로가 인정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은 장려할만한 일이다. 다만 옛날 옛적 왕권시대에 새 나라를 건국하거나 정권 창출, 전쟁 등 과정에서 고락을 함께해 온 이들을 위한 보은 인사처럼 비치면 안 될 일이다.

조선시대 무능한 왕으로 평가받는 선조의 임진왜란 이후 논공행상은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선조가 수도 한양을 버리고 의주까지 피난가는데 수행한 호성공신이 86명에 달했다. 이 중에는 내시(24명)와 이마(마부·어가 담당) 6명도 포함됐다. 임금의 어가와 세자의 출정에 말고삐를 짊어지는 공을 이루고, 험한 일을 두루 겪으면서도 시종일관 마부의 역할을 다했다는 이유다. 문제는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장수들에게 주는 선무공신은 18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선 의병과 승병들은 공신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반면 조선 최고의 성군이자 번영의 꽃을 피웠던 세종은 포용과 능력을 우선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정적으로 볼 수 있었던 황희를 불러들여 훗날 명재상으로 만들었다. 황희는 태종 당시 세자(양녕대군) 폐위와 세종(충녕대군) 즉위를 반대했다. 또 신분제 시절인데도 관노비였던 장영실을 발탁해 과학 부흥의 시대를 열었다. 세종은 신상필벌(信賞必罰)도 확실히 했다. 공이 있으면 상을 주되,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을 주었다. 실제로 지방 발령을 꺼려 병들었다고 거짓말한 관리를 전라도에 유배 보내는 등 처벌에도 엄격했다. 공정(公正)을 떠올리게 한다.

7월 1일 출범한 오영훈 도정의 외부 영입 인사를 놓고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마치 공신록이 작성된 것처럼 떠돌던 하마평이 현실이 된 것이다.

오 지사는 지난달 27일 첫 정무부지사 후보자에 김희현 전 제주도의회 부의장, 제주시장 후보자에 강병삼 변호사, 서귀포시장 후보자에 이종우 전 남제주군의회 의장을 각각 지명했다. 지난 3일에는 김태윤 정무특보,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정원태 서울본부장, 여창수 공보관을 각각 임명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 지사의 당선을 도운 선거캠프나 인수위원회에 몸을 담았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의 활동 과정에서 나름대로 경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새 도정과 함께할 인사로 충분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적재적소 배치냐는 질문에는 의문이 따라붙고 있다. 직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자리를 주었는가이다. 여기에 선거공신 인사 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도청 인사에서는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기존 공무원 주요 보직은 지연·학연에 기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예고된 제주도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선거공신 기용설이 나돌고 있다.

이달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할 정무부지사와 행정시장 후보자 검증이 주목되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를 주도하고 있다고 통과의례식 요식 절차로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 이어질 도청 내·외부 인사에서는 통합 인사와 신상필벌로 도민사회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공신록을 멀리해야 도정이 안정되고, 도민들의 삶이 편안해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