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자연(道法自然)
도법자연(道法自然)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칼럼니스트

화풀이라도 하듯 마구 쏟아내는 한여름 무더위가 매섭다. 올해 일찍 찾아온 불볕 더위는 날이 갈수록 점점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람들은 폭염과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야외활동이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사람뿐인가. 식물들도 더위에 지쳐 잎이 축 늘어지고, 대지도 타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더위와 맞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나름대로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묘수(妙手)를 찾는 길밖에 없다.

40여 전 우도중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학교에 행사가 있었는데, 모 봉사단체에서 학생들에게 가훈을 써 주겠다고 방문을 하였다. 학교에서도 좋은 일이라 여겨 학생들에게 내막을 알린 뒤, 원하는 학생들에게 가훈을 써 주었다. 가훈을 다 써 주고 나서 나에게도 가훈을 써 주겠다기에 흔쾌히 부탁을 했다. 그게 ‘도법자연(道法自然)’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가훈을 내게 써 주었는지, 혹여 내 삶을 꽤 뚫어 본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하면서 자연에 어긋남이 없이 살라는 걸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내가 헛된 삶을 살지는 않았는지, 부끄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발길을 표구사로 옮겼다. 주인이 글을 한참 뜯어보고는 참 좋은 가훈이라며 무게를 더한다.

도법자연은 노자의 도덕경 제 25장 마지막 구절이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道)는 자연(自然)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도(道)란 우리의 일상생활을 쉬지 않고 변화시키고 최적화하며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 즉 내 삶을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끊임없이 최적화하며,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일. 그게 바로 도(道)라는 것이다.

며칠 후 표구사에 들렀더니 주인이 다 되었다고 건넨다. 오늘날까지 방에 걸어 두고 늘 보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도법자연이란 가훈에 걸맞게 살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자연이 최고의 질서란 말이 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자연과 어그러지는 일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일들이 꼬이고 갈등과 반목이 생겨 사회가 혼란스럽다.

주말이면 여지없이 서울 한복판에서 집회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머리에 투쟁이란 글을 쓴 띠를 두르고, 깃발을 앞세워 차도로 행진하면서 교통까지 마비시키고 있어 안타깝다.

그들의 심정이야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법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 법까지 어기면서 힘과 우격다짐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표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오직 자신들이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모든 일상이 그렇다.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해 자연을 거스르면 잠깐은 이익이 될지 모르나, 후에 독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온전한 삶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